2차대전 당시 독일 나치가 자행한 홀로코스트(유대인 대량학살) 생존자가 프랑스 파리에서 잔인하게 살해됐다. 최근 수년간 유럽에서 유대인을 겨냥한 증오범죄가 빈번하게 일어나면서 지난 세기 창궐한 반유대주의의 악령이 돌아왔다는 우려가 나온다.
뱅자맹 그리보 프랑스 정부 대변인은 26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지난 23일 파리 제11구 아파트에서 불에 탄 채 발견된 유대인 여성 미레 놀(85)의 시신을 조사한 결과 흉기에 11차례 찔린 흔적이 발견됐다고 발표했다. 파리 검찰은 용의자 2명을 구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에서는 지난 1월 유대인 학교에 다니는 8세, 15세 학생이 불특정 다수에게 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연달아 발생했다. 지난해 4월엔 유치원 교사였던 66세 유대인 여성 사라 할리미가 두들겨 맞아 살해된 뒤 창문 밖으로 버려졌다. 2012년에는 툴루즈의 한 유대인 학교에서 랍비(유대인 선생)와 학생 3명이 총격에 살해당했다.
프랑스 외에도 최근 수년간 유럽에선 반유대주의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2014년 벨기에 브뤼셀의 유대인 박물관에서 총격사건으로 4명이 숨졌다. 반유대주의감시단체 CST에 따르면 지난해 영국에서 반유대주의 증오범죄는 하루 4건꼴인 1382건이 발생했다. 1984년 집계 이래 최고치다.
인권단체 비방반대동맹(ADL)의 샤론 나자리안 박사는 지난달 정치매체 더힐 기고문에서 “유대인들을 (증오범죄로부터) 보호하는 건 모든 다양한 공동체의 번영을 꾀하기 위한 것”이라며 “홀로코스트를 겪은 유럽 대륙에서라면 당연히 지켜져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나치 학살 피했는데… 80대 홀로코스트 생존자 佛서 피살
입력 2018-03-28 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