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모(60) 목사는 최근 경기도 고양시에 선교원 폐원 신청서를 냈다. 적자가 누적돼 운영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15년간 이 선교원을 거친 어린이는 1000명이 넘는다. 김 목사는 순수한 어린 영혼의 가슴에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하려 애썼다. 폐원 결정은 했지만 어린이를 아끼는 그의 마음은 변함이 없다.
‘선교원을 아시나요?’
1970·80년대 교회마다 들어섰던 선교원은 크리스천 유아교육시설을 칭한다. 취학 전 어린이들의 신앙교육은 물론 유아교육까지 도맡았던 곳으로 ‘어린이교회’라고 불렸다. 한창 때는 1만여개의 선교원이 있었다. 교회 두세 곳 중 한 곳에선 선교원을 운영할 정도였다.
하지만 요즘 들어 선교원은 급속히 줄어들고 있다. 어린이집 유치원 학원 등이 늘고, 정부의 만 5세 이하 영유아 무상보육이 시행되면서 존폐위기에 처한 것이다. 정부 관리를 받지 않는 선교원 교사들은 경력을 인정받지 못한다. 자율적인 헌금만으로는 운영 자체가 힘들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현재 선교원은 300여곳만 남았다.
한국어린이교회어린이선교원 총회장 한원섭 목사는 “정부 보조를 받고 자립하는 시설들이 생겨나면서 교회들도 정부 지원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며 “정부의 재정보조를 받는 어린이집을 교회에 설립해 놓고 말씀교육에는 제대로 관심을 갖지 않았다. 한국교회의 성장이 여기서 멈췄다”고 안타까워했다.
선교원이란 명칭을 사용한 것은 한국어린이선교원 원장을 지낸 이강무 목사가 문화공보부에 종교단체로 신고한 1968년부터다. 설립 근원은 유대인의 회당교육과 영국의 주일학교, 우리나라 선교 초기의 매일학교 등에서 찾는다.
1886년 언더우드 선교사는 고아 20여명에게 한문과 성경, 영어 등을 평일에 가르쳤다. 이것은 나중에 ‘예수학교’로 불렸다. 교회에 매일학교(Day School)를 세워 배재와 이화학당의 예비학교로서, 초등교육 기관과 선교의 전초기지로 삼았다. 1899년 아펜젤러 선교사의 보고서엔 “이화학교 부인들이 앞을 내다보고 설립한 매일학교는 전도사업의 중심이 되고 주일예배를 드리는 곳마다 증가하고 있다”고 쓰여 있다.
문제는 선교원이 크게 줄어 기독교 유아교육이 약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어린이집에서는 기도와 예배, 하나님 말씀을 전하는 것이 금지돼 있다. 식사 전 기도와 예배를 드리는 교회 어린이집이 있지만, 학부모 등이 이의를 제기하면 이를 실시할 수 없는 것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정부 지원을 받은 단체에서 종교행위를 하면 헌법상 종교의 자유(원치 않는 종교교육을 받지 않을 자유 포함) 규정을 위반할 소지가 있다”고 했다.
교회교육 전문가들은 한국교회가 온전한 기독교 자녀로 양육하기 위해 영유아 시기를 놓쳐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 체계적인 기독교 유아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존 연구의 대부분이 일반 유아교육 내용에 기독교적인 요소를 첨가했을 뿐, 기독교 유아교육의 고유 특성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이런저런 이유로 선교원은 정부와 교회, 학부모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 있다. 하지만 아직 적지 않은 선교원이 복음을 전하며 지역사회에서 여전히 사랑받고 있다. 박병유 인천 푸른풀밭어린이선교원장은 “교회학교가 위기를 맞고 있지만, 선교원에서 체계적인 신앙교육이 이뤄진다면 한국교회가 제2의 전성기를 맞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
사진=강민석 선임기자
‘어린이들의 교회’ 선교원을 아시나요?
입력 2018-03-28 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