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몸 유지하려 육식 자제
개인 훈련 대신 팀 체력훈련 소화
현대캐피탈과의 2차전서 31득점
“가스파 오에오에오∼ 가스파 가스파 오오오!”
프로배구 대한항공의 홈경기가 열리면 인천 계양체육관에 울려 퍼지는 응원가다. 주인공은 미차 가스파리니(34·사진)다. ‘가스파’는 그의 애칭이다. 그는 2017-2018 시즌 프로배구 V-리그 플레이오프와 챔피언결정전에서 고공비행하며 대한항공 팬들을 열광시키고 있다.
가스파리니는 지난 18일 열린 삼성화재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18득점으로 부진했다. 하지만 2차전부터 그의 해결사 본능이 깨어났다. 그는 2차전에서 트리플크라운(서브·블로킹·후위공격 각 3개 이상)을 달성하며 25득점을 올려 팀의 3대 1 승리를 이끌었다. 3차전에선 무려 39득점을 올리며 팀을 챔피언결정전으로 이끌었다.
지난 26일 천안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대한항공과 현대캐피탈의 챔피언결정전 2차전. 대한항공은 쉽게 무너질 것 같았다. 플레이오프부터 이어진 강행군으로 선수들이 모두 지친데다 이틀 전 열린 1차전에서 풀세트 접전 끝에 2대 3으로 패해 정신적으로도 충격이 컸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대한항공은 예상과 달리 3대 0 완승을 거뒀다. 31득점을 올리며 맹활약한 가스파리니 덕분이었다.
슬로베니아 출신의 라이트 가스파리니는 2012년 현대캐피탈에 입단하며 V-리그와 인연을 맺었다. 2016년 대한항공의 1순위 지명을 받아 V-리그로 돌아온 그는 지난 시즌 팀을 정규리그 우승으로 이끌었다. 하지만 현대캐피탈과의 챔피언 결정전에서 시리즈 전적 2대 1로 앞서다 2대 3으로 역전패한 뒤 코트에 눈물을 뿌렸다.
이번 시즌엔 반드시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하겠다고 다짐한 가스파리니는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정종일 대한한공 트레이너는 27일 “가스파리니가 지난 시즌엔 개인적으로 체력훈련을 했다”며 “이번 시즌엔 처음부터 국내 선수들과 똑같이 체력훈련을 소화했다. 덕분에 체력이 많이 좋아져 힘든 포스트시즌 일정을 잘 치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대한항공과 현대캐피탈 모두 가스파리니의 체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30대 중반에 접어든 가스파리니이지만 아직 지친 기색은 보이지 않는다. 그는 몸을 가볍게 하기 위해 지난여름 식단을 바꿨다. 생선을 제외한 육류 섭취를 자제한 것이다. 대신 단백질 파우더로 부족한 영양소를 보충했다. 가스파리니는 챔피언결정전 2차전이 끝난 뒤 “체력적인 문제는 전혀 없다. 마지막까지 이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가스파리니는 실력뿐만 아니라 인성도 좋아 팬들로부터 사랑받는다.
박진성 대한항공 사무국장은 “가스파리니는 한국형 용병”이라며 “예의가 바르고 동료애도 강하다. 그리고 팀을 우선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박기원 감독과 코드가 잘 맞는 것 같다. 박 감독은 스파르타식 훈련이 아니라 자율 훈련을 강조하는데, 이 때문에 가스파리니가 대한항공에 더 애착을 느끼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가스파리니, V-리그 챔프전 우승 위해 다 바꿨다
입력 2018-03-28 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