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S, 손학규·이재오 등 재야 인사 영입한 1996년 신한국당 공천은 성공사례
DJ 시절 임종석·우상호 등 입문도 ‘호평’
20대 총선 때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표창원·박주민 등 손잡고 난국 돌파
새누리당의 ‘옥새 파동’은 최악의 실패
반전 노리는 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 이미지 쇄신 위해서는 인재 영입이 답
6·13 지방선거 前 새 얼굴 찾기 노력
야권이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인재 영입에 사활을 걸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극우 이미지를 벗기 위해 개혁보수 성향의 인사들을 찾고 있다. 바른미래당은 수권 능력을 보여주기 위해 유능하고 깨끗한 인재를 영입하겠다고 공언했다. 지지율이 고공행진 중인 문재인정부·여당에 맞서려면 ‘새로운 피’ 밖에는 답이 없다는 인식이다.
각 정당은 위기에 봉착하거나 분위기 쇄신이 필요할 때 새로운 인물을 내세워 기존 이미지를 바꾸고 쇄신하는 모습을 보였다. 성공 사례도 적지 않다. 김영삼(YS)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15대, 16대 총선 인재 영입과 문재인 대통령의 20대 총선 인재 영입이 대표적이다.
물론 외부 인사 영입이 도리어 악수(惡手)가 된 적도 있었다. 무리하게 측근을 공천하거나 논란이 있는 인사를 내놓는 경우다. 대표적으로 새누리당은 20대 총선에서 ‘친박(친박근혜)’ 인사들을 기용하려다 극심한 내홍을 겪었다.
전문가들은 최고의 인재영입 사례로 1996년 김영삼 전 대통령의 15대 총선 공천을 꼽는다. YS는 95년 12월 민주자유당에서 신한국당으로 당명을 바꾼 뒤 대대적인 개혁 인사 영입을 시작했다. ‘5·18광주민주화운동 특별법’ 제정으로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을 비롯해 ‘12·12 군사반란’ 가담자들을 전격 구속한 것이 발단이다. YS는 노 전 대통령이 몸담았던 민자당 간판과 현역 정치인만으로는 선거를 치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외연을 넓히지 않으면 원내 1당이 될 수 없다는 위기감이 컸던 것이다.
당시 당 총재를 겸직했던 YS는 5·6공화국 시절 군 출신 정치인들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그 대신 ‘골수 운동권’으로 분류됐던 김문수 이재오를 영입하는 파격을 보인다. ‘모래시계 검사’로 유명세를 떨쳤던 홍준표 현 한국당 대표, 의료계 출신 정의화 전 국회의장도 이때 발탁돼 국회에 입성했다. 고려대 총학생회장 출신인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도 이때 공천을 받았다.
신한국당은 그 결과 15대 총선에서 예상을 뒤집고 비례대표를 포함해 139석을 얻어 압승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이끌던 새정치국민회의는 79석으로 참패했다. 유영하 한국외대 초빙교수는 27일 “김영삼 전 대통령은 당시 공천을 통해 하나회 출신을 쫓아내고 새로운 인물을 세웠다. 개혁공천의 표본”이라고 말했다. YS는 이외에도 88년 13대 총선 때 노무현 전 대통령을 시작으로 손학규 동아시아미래재단 상임고문,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 이회창 전 국무총리 등을 잇따라 기용해 거물급 인사로 키워냈다.
DJ의 인재 영입도 성공 사례로 꼽힌다. DJ는 대통령 재임 당시인 2000년 16대 총선에서 여당인 새천년민주당에 ‘386 운동권’을 대거 영입해 출마시켰다. DJ는 당시 당 총재도 겸했다. 고려대 총학생회장 출신인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오영식 전 의원과 연세대 총학생회장 출신 송영길 우상호 의원이 이때 현실 정치에 입문했다. 한양대 총학생회장을 지낸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도 이때 34세의 나이로 당선됐다. 당시 새천년민주당은 115석을 확보해 한나라당의 과반 의석을 저지했다.
사실 DJ의 인재 영입은 정계복귀 직전인 95년 6월 지방선거 때부터 빛을 발했다. 당시 노태우정부에서 경제부총리를 지낸 조순 전 서울시장을 공천해 서울시장에 당선시켰다. 정계에 복귀한 뒤에는 15대 총선에서 재야 운동권 출신인 김근태 전 민주화운동청년연합 의장, 기자 출신인 정동영 의원, 법조계 인사들인 천정배 추미애 의원 등을 등용했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은 인재 영입으로 정치권의 세대교체를 이뤘다”고 평가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인재 영입도 성공 쪽으로 언급된다. 문 대통령은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시절이던 2015년 인재 영입을 연이어 발표하며 당 지지율을 반전시켰다. 표창원 조응천 박주민 이철희 의원, 양향자 전 삼성전자 상무 등이 대상이다. 김종인 전 민주당 대표도 비대위원장으로 영입했다. 당시엔 새누리당이 개헌 가능 의석인 200석을 확보할 수 있다는 위기감도 고조됐으나 더불어민주당은 예상을 뒤집고 2016년 20대 총선에서 123석을 확보해 원내 1당으로 약진했다.
전문가들은 선거를 앞두고 권력자의 측근을 공천하는데 주력할 경우 실패할 확률이 높다고 지적한다. 특히 20대 총선 과정에서 새누리당의 ‘친박(친박근혜)’ 공천으로 당내 계파 갈등이 터져 나온 상황을 언급하는 이들이 많았다. 당시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친박계는 ‘비박(비박근혜)’계인 유승민 이재오 의원 등 6명을 공천에서 사실상 배제하고 6곳의 지역구에 친박계 인사들을 공천하기로 했다. 김무성 당시 대표는 이에 반발해 “공천장에 대표의 직인을 찍을 수 없다”며 부산으로 떠났다. 이른바 ‘옥새 파동’이다.
새누리당의 계파 갈등은 결국 6개 지역구에 대해 ‘3곳 공천, 3곳은 무공천’을 하기로 하면서 마무리됐지만 여론은 급격히 악화됐다. 새누리당은 122석을 얻는데 그쳐 원내 1당을 민주당에 내줬다. 152석으로 과반을 차지했던 19대 국회에 한참 못 미치는 수치다. 선거 결과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운영 동력을 크게 떨어뜨렸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사실 그때가 보수를 개혁할 가장 좋은 타이밍이었지만 시기를 놓쳤다”고 말했다.
민주통합당도 2012년 19대 총선 때 ‘친노(친노무현)’계가 득세했던 공천으로 예상보다 저조한 성적을 거둔 적이 있다. 당시 민주당은 문성근 유인태 백원우 등 친노계를 잇따라 공천하고 DJ 계열인 구 민주계를 공천에서 배제해 잡음을 낳았다. 서울 노원갑 공천을 받은 김용민 PD의 ‘막말’ 논란도 있었다.
그렇다면 현재는 어떨까. 6·13 지방선거를 2개월여 앞둔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각각 YS와 DJ의 사례를 연구해 인재 영입에 반영하겠다는 방침이다. 한국당은 중도 개혁보수 성향, 바른미래당은 대안 수권정당의 면모를 보여주는 게 목표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가 중도 성향이 강한 홍정욱 전 의원, 이석연 전 법제처장, 김병준 국민대 명예교수 등을 접촉해 영입을 타진해 온 것은 이 때문이다. 안철수 바른미래당 인재영입위원장은 ‘송도 분양 특혜의혹’을 제기한 정대유 전 인천시 시정연구단장, 한국당 출신 전·현직 지방의회 의원 7명 등을 영입했다. 그는 “유능하고 깨끗한 인재가 필요하다. 새로운 대안정치 세력의 등장을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야권의 인재 영입은 아직까지는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홍 전 의원, 이 전 처장은 홍 대표 제안을 거절했다. 당내에서는 ‘친홍(친홍준표)’ 위주로 공천을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안 위원장의 인재 영입도 한국당, 민주당 출신 인사 영입에 그친다는 비판이 많다. 거물급 인사도 보이지 않는다.
정치평론가 박창환씨는 “홍 대표 체제의 한국당이 이념 논쟁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개혁 성향의 인사들이 몸담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치평론가 박상병씨는 “바른미래당은 존재감이 드러나지 않는다”며 “대안야당의 비전을 명확히 보여줘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출마자들이 선거 때 ‘총알받이’ 역할밖에 안 된다는 생각이 들 것”이라고 말했다.
문동성 윤성민 기자 theMoon@kmib.co.kr
사진=최종학 김지훈 기자
[And 정치탐구] YS·DJ 성공하고, 정치인 박근혜 실패한 것… ‘인재영입’
입력 2018-03-28 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