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도 장기집권 대열에?… 엘시시 대통령 재선 확실

입력 2018-03-27 05:04
사진=AP뉴시스

26일(현지시간)부터 사흘간 치러지는 이집트 대선에서 압델 파타 엘시시(64·사진) 대통령이 이변 없이 연임에 성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야권 유력 주자가 모두 선거에서 배제된 데다 단 한 명의 경쟁자마저 엘시시를 지지하는 인물이다.

‘해보나 마나 한 선거’에서 엘시시의 관심은 당선 여부나 득표율이 아니라 투표율이라고 영국 BBC방송은 25일 보도했다. 엘시시가 이번에 당선되면 세 번째 임기는 없을 것이라고 공언했지만 그의 연임이 장기집권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많다. 육군 참모총장 출신인 엘시시는 2013년 쿠데타로 모하메드 무르시 전 대통령을 몰아낸 뒤 이듬해 대선에서 당선됐다.

가장 강력한 대항마로 꼽혔던 아흐메드 샤피크(77) 전 총리는 대선 출마 선언 직후인 지난해 12월 초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이집트로 돌아온 뒤 24시간 만에 돌연 입장을 철회했다. 그는 가택연금 상태로 수도 카이로의 한 호텔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경쟁자로는 아흐메드 콘소와 육군 대령과 사미 아난 전 육군참모총장이 대선 출마 의사를 밝힌 뒤 군내 선동 혐의 등으로 기소되거나 징역형을 받았다. 인권 변호사 칼리드 알리, 안와르 사다트 전 대통령의 조카 무하마드 사다트 등은 정부의 탄압을 언급하며 선거 운동을 중단했다.

유일한 경쟁 후보는 중도 알-가드당의 무사 무스타파 무사(66) 대표다. 그러나 무사는 엘시시의 후원자로 알려져 있으며 출마 며칠 전에는 자랑스럽게 엘시시의 재선을 지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WSJ는 엘시시가 결과가 뻔한 3일간의 투표에 유권자를 최대한 많이 참여시켜야 하는 ‘평범하지 않은 과제’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다. 득표율이 높아도 투표율이 낮으면 “대중적 지지를 받고 있다”고 주장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2014년 대선 때 그의 득표율은 97%였지만 투표율은 절반에 못 미쳤다.

엘시시의 연임으로 이집트가 장기집권 국가로 회귀할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집트는 2011년 민주화 시위로 30년간 독재했던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을 퇴진시켰다. 일각에서는 엘시시가 재집권 후 의회 내 지지세력을 통해 대통령 임기 제한을 폐지하는 헌법 수정안을 낼 것으로 예상한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