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日 3국 외 EU·태국도 포함
“금호피앤비화학·LG화학 저가 판매로 中 큰 손해”
‘중, 미국 단체여행금지’ 사드식 무역 보복 우려
중국이 한·미·일 등에서 수입된 페놀에 대해 반덤핑 조사를 시작하면서 미·중 간 무역 갈등의 불똥이 한국에도 튀게 됐다. 미·중 간 분쟁이 장기화되면 중국이 한국에 대한 ‘사드(THAAD) 보복’ 때처럼 단체관광 금지나 불매운동 등으로 미국을 압박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중국 상무부는 26일 공고를 통해 중국석유천연가스, 장춘화공 등 자국 기업들의 신청에 따라 미국과 유럽연합(EU), 일본, 한국, 태국 등 5개국에서 수입되는 페놀에 대한 반덤핑 조사에 착수한다고 발표했다. 중국 기업들은 5개국에서 수입된 페놀이 중국 시장에서 정상 가치보다 낮은 가격으로 판매돼 실질적인 손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상무부는 “사전조사에서 2014∼2017년 9월 해당 국가에서 수입된 제품은 중국 내 제품의 50% 이상을 차지한 것으로 파악돼 반덤핑 조례의 조사 개시 규정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반덤핑 조사는 26일 시작돼 1년 이내에 종료된다.
이번 반덤핑 조사는 미국의 ‘관세 폭탄’ 조치에 대한 반격으로 해석되지만 한국과 일본, EU 등이 유탄을 맞게 된 셈이다. 국내 페놀 생산 업체는 금호석유화학 계열사인 금호피앤비화학과 LG화학이다. 페놀은 석유에서 추출하는 화합물로, 살균제 제조 등에 사용된다.
미국과 중국은 정면충돌 조짐을 보이면서도 물밑에선 본격적인 협상에 들어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과 중국이 금융서비스와 제조업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중국 시장에 대한 미국의 접근성을 개선하기 위한 협상을 조용히 시작했다고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회담은 류허 중국 경제담당 부총리와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 등이 주도하고 있다.
므누신 장관은 지난주 류 부총리에게 보낸 편지에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 측에 미국 자동차 관세 감면, 미국 반도체 구입 확대, 금융 부문에 대한 미국의 접근성 확대 등 구체적인 요구사항을 제시했다. 두 사람은 전날 전화 통화도 했다.
다만 협상이 지지부진해지면 한국에 ‘사드 보복’을 했던 식의 보복이 취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관영 환구시보는 중국 상무부 부부장(차관급)을 지낸 웨이젠궈를 인용해 “대미 보복 조치에 미국 단체여행 금지도 포함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한국처럼 단체관광을 금지하면 미국은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이란 얘기다. 그러면서 지난해 중국인 해외여행자 수는 1억3051만명으로 전 세계 1위라는 통계도 전했다. 다른 중화권 매체에선 또 미국이 100억 달러(약 11조원)어치의 자동차를 중국에 수출했다는 점도 거론했다. 특히 미국 제너럴모터스(GM)는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미국보다 중국에서 더 많은 자동차를 판매했다.
인민일보도 애플이 지난해 4분기 수익의 20%에 달하는 180억 달러(약 19조원)를 중국에서 벌어들였다는 사실을 부각시키며 애플과 미 항공기 제작사 보잉이 무역전쟁의 최대 피해자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한국이 사드 갈등으로 중국 관광객 감소와 현대차 판매 감소 등 직격탄을 맞았던 사례를 상기시키는 사례들이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
결국 한국에 불똥… 中, 韓美日 페놀 ‘반덤핑 조사’ 착수
입력 2018-03-27 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