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호근 국립오페라단 감독 “관객이 좋아하는 작품 올리겠다”

입력 2018-03-27 05:05
윤호근 국립오페라단 예술감독이 26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국립예술단체연습동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국립오페라단 제공
오페라 ‘마농’의 배우들과 연출가가 같은 날 예술의전당 국립예술단체연습동에서 연습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연출가 뱅상 부사르(가운데)가 마농 역의 배우 크리스티나 파사로이우에게 연기 지도하는 것을 레스코 역의 공병우가 지켜보고 있다. 국립오페라단 제공
“한국 오페라 개발, 정체성 강화하고 한국·외국 성악가 균형 있는 캐스팅… 민간 오페라 단체들과 교류 등 추진”
올 첫 작품 ‘마농’ 내달 5일부터 선보여… 전막 국내 공연은 29년 만에 처음


“제가 독일에서 활동했고 독일 오페라를 좋아하지만 국립오페라단에 개인의 취향을 고집할 수는 없습니다. 오페라를 무대에 올리는 것은 그 시대의 정신을 반영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국립오페라단은 관객이 좋아하는 오페라, 오페라 역사에서 의미가 있는 작품을 올리겠습니다.”

윤호근(51) 국립오페라단 예술감독이 26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국립예술단체연습동에서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포부를 밝혔다.

윤 감독은 지난해 7월 전임 김학민 감독의 중도 사퇴 이후 7개월 만에 국립오페라단의 수장으로 임명됐다. 독일 만하임 국립 음대에서 피아노 실내악 석사와 지휘 석사를 받은 후 독일 기센 시립극장과 프랑크푸르트 극장을 거쳤다. 2009년 세계적인 지휘자 다니엘 바렌보임에게 발탁돼 4년간 동양인 최초로 베를린 국립오페라극장에서 음악코치와 부지휘자로 활약한 바 있다.

윤 감독은 “국립오페라단에 맞는 한국 오페라 개발에 중점을 두겠다”고 강조했다. “독일 동료들이 한국 오페라 작품에 어떤 게 있냐고 물었을 때 사실 아는 게 거의 없었다”며 “독일에서의 경험이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인이 서양 오페라를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한국인에게 서양 오페라가 어떤 의미인지 점검하는 것을 예술적인 방향으로 잡았다”고 덧붙였다.

국립오페라단은 그동안 외국 성악가 위주로 캐스팅해왔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에 대해 윤 단장은 “오페라는 서양 문화이지만 국립오페라단인 만큼 한국 성악가를 중심으로 레퍼토리를 구성하는 것이 당연하다”며 “한국과 외국 성악가 캐스팅을 균형 있게 해나가겠다”고 설명했다. 또 “해외 교류 차원에서 외국 성악가와 지휘자, 연출가를 데려오더라도 기준과 연속성을 가지고 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윤 감독은 국립오페라단 운영방안에 대해 “가장 중요한 것은 소통”이라고 말했다. 예술감독 자리가 오래 비어있었다 보니 그동안 분위기가 어수선하고 직원들의 사기는 침체돼 있었다. 윤 감독은 “국립오페라단 내부 직원과 다른 국립 예술단체, 예술가, 관객과의 소통을 모두 강화하는 것을 우선순위에 둔다”고 밝혔다. 또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 오페라를 하는 민간 단체들의 노력이 놀랍다”며 그들과의 교류 필요성도 언급했다.

윤 감독을 선장으로 맞은 국립오페라단은 올해 첫 작품으로 다음 달 5∼8일 프랑스 대표 작곡가 쥘 마스네의 ‘마농’을 선보이며 항해를 시작한다. 귀족 출신 데 그리외 기사와 평민 소녀 마농의 우연한 만남과 격정적인 사랑을 담았다. 국내 오페라 무대에 마농 전막이 오르는 건 89년 김자경오페라단이 공연한 이후 29년 만이다. 작품의 규모가 방대하고 화려해 예술적 느낌을 살려내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62년 창단한 국립오페라단으로서도 처음 올리는 것이다.

주인공 마농 역은 루마니아 출신의 소프라노 크리스티나 파사로이우와 손지혜가 맡는다. 데 그리외 역은 스페인의 테너 이즈마엘 요르디와 유럽 무대에서 활약하는 국윤종이 번갈아 연기한다.

마농의 지휘자인 세바스티안 랑 레싱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극과 음악이 공생 관계를 이루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연출을 맡은 뱅상 부사르는 “전통 오페라식의 틀에 박힌 연기를 해달라고 부탁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작품을 현대적으로 풀어내 전통을 단순히 답습하는 것이 아닌 새로운 전통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권준협 기자 ga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