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SR 시행 첫날… 창구마다 ‘자영업자 소득 범위’ 문의

입력 2018-03-27 05:05
한 고객이 26일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본점에서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 적용에 따라 대출을 얼마나 받을 수 있는지를 상담하고 있다. 뉴시스

경기도 광명에서 식자재 소매업을 하는 K씨는 자영업자 특성상 소득 노출을 꺼린다. 국세청에는 간편장부사업자로 연간 수입을 2500만원 정도로 신고했다. 낼 세금 다 내면 장사를 접는 편이 낫다는 생각이다. 은행권이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 심사, 소득대비대출비율(LTI) 산정 등으로 대출 문턱을 높인다는 소식은 K씨에게 먼 나라 이야기다.

평소보다 매출이 몇 배 뛰는 명절 대목을 앞두고 물품을 확보할 목돈이 필요하긴 하지만, 앞으로도 은행권 대출에 기댈 생각은 없다. 연소득을 더 신고하면 DSR 비율이 하락해 대출 가능 액수가 많아지지만 소득이 공개되는 건 큰 부담이다. K씨는 “금리를 1∼2% 포인트 더 주더라도 중도상환 수수료 없이 언제든지 갚을 수 있는 사금융을 이용하는 게 나아 보인다”고 말했다.

‘자영업자(개인사업자)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본격 적용된 26일 시중은행 창구에선 자영업자의 소득 인정 범위를 놓고 문의가 이어졌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영업점에서 본점 여신제도부에 DSR 산정 시 소득 인정 범위, 자영업자 LTI 비율 측정 방법 등을 주로 물었다”고 밝혔다. 자영업자가 개인 자격으로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등 가계대출을 받을 때 DSR을 적용받는다. 분모에 연간 소득, 분자에 모든 부채의 원리금 상환액을 넣어 계산한다. 은행마다 차이가 있지만 DSR이 100%를 넘으면 ‘고위험군’으로 분류된다.

사업자등록증을 지닌 자영업자는 중소기업 대출의 일종인 개인사업자 대출을 받을 수도 있다. 이 대출은 기업대출로 분류돼 가계대출에 적용하는 DSR과 별도다. 대신 은행권은 개인사업자가 1억원을 넘겨 새로 대출받을 경우 이 사업자가 갚아야 할 모든 금융권 부채를 합친 뒤 연소득으로 나눈 비율(LTI)을 살펴본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DSR처럼 6개월 후 곧바로 규제에 들어가는 것은 아니고, 데이터 축척을 위해 LTI는 당분간 참고 지표로만 활용한다”고 설명했다.

DSR과 LTI는 대출가능 비율을 산정할 때 국세청에 신고된 연소득을 기반으로 한다. 그런데 자영업자의 경우 이를 낮춰 신고하거나, 소득이 오르내리는 편차가 심하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연소득이 실제보다 지나치게 작아 멀쩡한 대출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마저 제기된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악의로 매출을 축소하는 건 놔두더라도, 자영업자의 소득 보조지표를 확장할 필요는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건강보험료로 추정한 인정소득, 신용카드 사용액 등의 신고소득을 보조지표로 활용하지만 매우 예외적으로만 인정한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