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중 타인의 생명 구한 당신은 ‘라이프 세이버’입니다 ”

입력 2018-03-26 19:14 수정 2018-03-26 21:11

넥센타이어 직원 이문호(55)씨는 지난해 12월 2일 아내와 함께 덕유산국립공원을 찾았다. 정상인 향적봉을 500m 남긴 곳에서 입에 거품을 물고 쓰러진 A씨(52)를 발견했다. 숨을 가쁘게 몰아쉬고 있어 위험해 보였다.

이씨는 26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직장에서 배운 심폐소생술을 해야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씨와 등산객 박봉진(59)씨가 20분 넘게 심폐소생술과 응급조치를 한 끝에 A씨는 의식을 찾았다.

광주에 사는 조성호(55)씨는 지난해 9월 17일 무등산을 내려오던 중 사탕을 먹다 기도가 막힌 60대 여성 B씨를 응급조치해 살렸다. 조씨는 “대한산악협회 산악구조대원으로 활동하고 있는데도 의식을 잃은 사람을 보니 순간 당황했다”며 “그래도 심폐소생술을 해야 살릴 수 있다는 생각에 지체 없이 실시했다”고 말했다.

이씨와 박씨, 조씨는 ‘국립공원 라이프 세이버(Life Saver)’로 뽑혔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국립공원에서 생명 위기에 놓인 사람을 구조한 직원과 일반인 등 15명에게 라이프 세이버 흉장과 온누리상품권을 수여했다.

라이프 세이버는 국립공원에서 타인의 생명을 구한 공로를 세운 시민과 직원에게 주는 상으로 올해 처음 수상자를 뽑았다. 공단은 내부 심사를 거쳐 3명의 시민과 직원 10명 등 13명에게 금장을, 직원 2명에게 은장을 수여했다(사진).

공단은 “라이프 세이버로 선정된 일반인 3명이 앞으로도 재능을 기부할 수 있도록 국립공원 ‘명예 레인저(관리원)’로 추천하고 직원 12명은 사기진작을 위해 포상휴가를 줄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씨는 “상을 기대하고 한 일이 아닌데 상을 받아 기쁘다”며 “앞으로 비슷한 상황에 처해도 고민 없이 구조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산악구조대원으로 10년 넘게 활동한 보람이 있어 뿌듯하다”는 조씨는 “심장마비로 사람이 쓰러지면 4분 내에 응급조치가 이뤄져야 뇌를 살릴 수 있다”며 “기적의 4분을 시민들이 꼭 기억하게 해 달라”고 당부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