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대화 속도전’ 펴더니… 이번엔 볼턴 ‘비핵화 속도전’

입력 2018-03-27 05:05
사진=AP뉴시스

존 볼턴(사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가 북·미 정상회담의 의제를 ‘북한의 핵 포기 및 핵무기 처리 방안’이 돼야 한다고 주장해 북한과의 회담 의제 조율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볼턴은 특히 정상회담 과정에서 강경론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돼 모처럼 마련된 회담이 경착륙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볼턴은 25일(현지시간) 뉴욕의 보수 성향 라디오 채널 AM970과의 인터뷰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정상회담을 제안한 의도에 대해 강한 경계감을 드러냈다. 그는 “북한은 정상회담을 해도 탄도미사일 기술 개발에 필요한 시간을 벌기 위해 협상을 질질 끌 것”이라며 “때문에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가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지, 또 북한에서 어떻게 핵무기를 빼낼 것인지를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볼턴의 이런 방침은 이번 회담에서는 과거 북핵 회담에서처럼 ‘핵 동결-불능화-폐기’라는 단계적 해법으로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곧바로 핵 폐기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특히 볼턴은 북한의 비핵화 해법으로 이른바 ‘리비아 방식’을 적용해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리비아는 핵무기 장비와 원료를 모두 미국에 넘겼지만 북한이 이런 식으로 핵 폐기에 나설 가능성은 희박하다.

볼턴이 북한을 강하게 의심하는 것은 지난 25년간 북측의 행태가 그러했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압박책으로 북한이 핵무기 완성에 필요한 핵심 자재를 확보하지 못하자 시간끌기에 나선 것”이라며 “북한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는 다른 대통령이 백악관에 있다는 걸 가장 걱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 보수 진영에서 볼턴과 함께 또 다른 초강경파로 꼽히는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은 폭스뉴스에 출연해 “볼턴은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윙맨(호위무사)이 될 것”이라며 “북한도 볼턴이 필요하다면 대통령에게 군사력 사용을 강하게 권고할 것이란 점을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