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구, 전국 첫 ‘아빠 육아휴직 수당’… 월 30만원 지급

입력 2018-03-27 05:05

서울의 한 자치구가 육아휴직을 하는 남성들에게 장려금을 지급하는 조례를 추진하고 있다. 남성에 대한 육아휴직 장려금은 국내 처음으로 여성만을 대상으로 하던 임신, 출산, 보육 관련 정책에 변화가 시작됐음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서초구는 26일 남성 육아휴직자를 대상으로 육아휴직 기간 월 30만원의 ‘아빠 육아휴직 장려금’을 지급하는 조례를 입법예고 중이라고 밝혔다. ‘서초구 아빠 육아휴직 장려금 지급 조례’는 조은희 서초구청장이 이달 발의했다. 서초구에 주민등록이 있는 남성이 대상이며, 육아휴직 기간에 최대 1년간 아이 1명당 월 30만원을 지급하는 내용이다. 다음 달 4일까지 입법예고 기간을 거친 후 서초구의회의 심의·의결을 통과하면 7월 1일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조례가 통과되면 육아휴직 아빠에게 장려금을 지급하는 국내 첫 사례가 된다. 서초구의 아빠 육아휴직 장려금은 현재 고용보험을 통해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지급되는 육아휴직급여와는 별개다.

서울시의 지난해 남성 육아휴직자 수는 4928명이었다. 서초구는 이를 기준으로 한 해 서초구의 남성 육아휴직자 수를 303명으로 잡고, 아빠 육아휴직 장려금으로 연간 11억원이 투입될 것으로 추산했다.

조 구청장은 “여성들의 ‘독박육아’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출산율을 높이기 어렵다”며 “아빠들이 육아에 적극 동참하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아빠들을 위한 육아휴직 장려금 조례를 발의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캐나다 퀘벡시의 경우 남성 육아휴직이 2배로 증가하면서 출산율이 7% 상승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면서 “지금까지 저출산 관련 대책들이 대부분 여성 중심이었는데, 앞으로는 남성을 위한 대책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고용노동부가 집계한 민간부문의 남성 육아휴직자는 1만2043명으로 전체 육아휴직자(9만123명)의 13.4%에 불과했다. 방배동에 거주하는 30대 직장인 장모씨는 “육아휴직 장려금의 액수가 중요한 게 아니라 이런 제도를 통해 남성들이 자유롭게 육아휴직을 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마련해준다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

삽화=공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