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리 키즈 1세대’ 어느덧 30대, 제2 돌풍

입력 2018-03-27 05:05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활약하는 한국 선수들 중 맏언니인 지은희가 시즌 첫 승을 거뒀다. 지은희가 26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칼즈배드의 아비아라 골프클럽에서 열린 KIA 클래식 4라운드에서 최종합계 16언더파 272타로 우승을 차지한 뒤 트로피에 입을 맞추고 있다. AP뉴시스

KIA 클래식 최종합계 16언더파… 승부에 집착하지 않는 여유에 관록까지 붙어 제2 전성기 예고
김인경·이정은·박희영도 분전… 30대들 시즌 최다 우승 가능성


30대의 나이에 접어든 태극낭자들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주 뱅크 오브 호프 파운더스컵에서 1년 만에 우승한 박인비(30)에 이어 ‘맏언니’ 지은희(32)가 KIA 클래식 챔피언 자리에 오르며 2주 연속 한국 선수 우승을 일궈냈다. LPGA를 빛내는 ‘30대 언니’들은 승부에 집착 않는 여유에 관록까지 곁들이며 또 한 번의 전성시대를 예고했다.

26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칼즈배드의 아비아라 골프클럽(파72·6558야드)에서 열린 LPGA 투어 KIA 클래식 최종 4라운드. 지은희는 절정의 샷 감각을 뽐냈다. 아이언샷은 치는 족족 그린 위에 안착했다. 14번 홀(파3)에서 티샷한 공은 홀컵에 그대로 빨려 들어가 홀인원이 됐다. 지은희는 이날 버디 5개와 보기 2개도 곁들였다. 총 5타를 줄여 최종합계 16언더파 272타로 시즌 첫 우승을 달성했다.

제2의 전성기가 찾아온 듯하다. 지은희는 지난해 10월 스윙잉 스커츠 타이완 챔피언십에서 무려 8년 만에 우승의 기쁨을 맛봤다. 이번 대회 우승으로 통산 4승째를 기록하며 실력이 녹슬지 않았음을 만천하에 알렸다.

지은희는 “백스윙을 교정하기 위해 겨울 동안 열심히 연습했는데 드라이버와 아이언 거리가 늘었다”며 “목표는 세계랭킹 1위다. 스윙과 퍼팅이 좋아졌다. 좋은 감을 이어서 메이저 대회 우승을 노리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30대 한국 선수 2명이 한 시즌에 우승한 것은 2010년 이후 두 번째다. 당시 33세였던 박세리가 벨마이크로 클래식, 30세의 강지민이 사임다비 LPGA 말레이시아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올 시즌 28개 대회가 남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 시즌 최다 한국인 30대 우승자 배출 가능성이 높다.

30대 선수들이 어떻게 힘을 내는 것일까. 초등학생 때 1998년 US오픈을 정복한 박세리의 모습을 보고 골프채를 잡은 ‘박세리 키즈 1세대’는 일찌감치 LPGA에 뛰어들면서 경험을 쌓고, 코스 이해도를 높였다. 과거처럼 우승에만 몰두하지 않고 오히려 골프를 즐긴다는 자세로 임하는 선수들도 늘고 있다. 20대가 끝날 무렵 골프를 그만두는 분위기가 사라지면서 LPGA에서 활동하는 30대 선수 자체가 많아졌다.

우승자 지은희를 필두로 30대 한국 선수들은 이번 대회 좋은 성적을 냈다. 김인경(30)은 13언더파 275타로 공동 4위, 이정은5(30)는 12언더파 276타로 공동 7위에 올랐다. 대회 톱10 안에 세 명의 30대 한국 선수가 이름을 올린 것이다.

이밖에도 1라운드 공동 선두였던 박희영(31)은 10언더파로 공동 14위, 지난주 우승자 박인비는 9언더파로 공동 18위에 포진했다.

태극낭자들은 오는 30일부터 나흘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미션 힐즈 골프클럽에서 열리는 시즌 첫 메이저대회 ANA 인스퍼레이션에 출전한다. 30대 언니들의 상승세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