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명 중 1명꼴로 희소하고, 그만큼 공이 빠르게 체감된다. 어깨가 강하다면 ‘지옥에서라도 데려오라’는 격언이 스카우터들 틈에 전해진다. 야구의 주인공인 이 존재는 바로 좌완 투수.
2018 프로야구 리그는 여느 때보다 뜨거워진 좌완들의 경쟁으로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전망이다.
26일 현재 전체 등록 투수 112명 가운데 30명(26.8%)인 좌완 투수들은 팀의 핵심 전력을 구축하고 있다. 개막 2연전에서 각 팀의 좌완 선발들이 잇따라 건재를 과시하면서 류현진(LA 다저스)과 봉중근(LG 트윈스)이 이끌던 좌완 전성시대가 다시 열리는 느낌이다. 20승을 거둔 지난 시즌 최우수선수(MVP)인 KIA 타이거즈의 양현종, 시원하고 역동적인 투구폼 그대로 돌아온 SK 와이번스의 김광현, 기복 없는 꾸준함을 자랑하는 두산 베어스의 장원준이 모두 첫 승을 신고하며 산뜻하게 출발했다.
좌완들 특유의 ‘파이어볼’ 대결도 예정돼 있다. 김광현이 지난 25일 뿌린 직구들의 평균 구속은 시속 147.4㎞로 측정됐다. 몸 상태를 신경쓰며 던진 결과인데도, 팔꿈치 부상을 당하기 이전인 2016년(144.9㎞)이나 2015년(144.5㎞)보다 훌쩍 빨라졌다.
김광현보다 빠른 스피드를 자랑하는 좌완도 있다. 최초의 대만 출신 용병인 NC 다이노스의 왕웨이중이 지난 24일 개막전에서 투구한 직구 평균 구속은 시속 148.0㎞나 됐다. 왕웨이중은 슬라이더의 평균 구속이 시속 138.3㎞에 이른다. 날씨가 더 따뜻해지고 습도가 높아지면, 김광현과 왕웨이중의 강속구 대결은 더욱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양현종은 “첫 등판이라 무리할 필요가 없었다”며 효율적인 피칭으로 에이스임을 증명했다. 지난해 최고의 시즌을 보낸 양현종이지만 만족하지 않는다. 전인미답의 영역인 2년 연속 20승, 200이닝과 2점대 평균자책점을 목표로 내걸었다. 공격적인 자세를 유지하고 변화구를 더욱 가다듬어 전성기를 이어간다는 각오다.
기복 없는 꾸준함이 장점으로 꼽히는 장원준도 최고 좌완 대결에서 빠질 수 없다. 지난 25일에는 7이닝을 버틴 결과 역대 7위 기록인 개인통산 127승을 달성했다. 사상 10번째로 통산 1300탈삼진을 달성한 것은 덤이었다. 올 시즌을 마치고 다시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게 되는 만큼 동기부여도 크다.
양현종 김광현과 함께 ‘좌완 트로이카’로 불리던 LG 트윈스의 차우찬은 스프링캠프에서 왼쪽 팔꿈치에 미세한 통증을 느꼈다. 하지만 이후 몸상태를 끌어올렸고, 다가오는 주말 KIA와의 홈경기에서 등판이 유력하다. 시범경기에서 직구의 시속은 145㎞까지 나왔다.
한화 이글스의 ‘가성비 용병’ 제이슨 휠러도 넥센을 상대로 깜짝 호투를 펼치며 주목받는 좌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완벽에 가까운 제구력을 선보이는 두산의 유희관도 건재하다. 부상으로 주춤하는 기색이지만, 삼성 라이온즈의 장원삼도 부활을 다짐 중이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양현종·김광현·장원준·왕웨이중… ‘좌완 시대’ 열리나
입력 2018-03-27 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