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시민들을 괴롭혔던 미세먼지 문제가 한동안 잠잠했었는데, 어제 오늘 또다시 수도권에 고농도 미세먼지로 인한 ‘비상저감조치’가 시행되면서 출근길에 나선 많은 시민들이 고통을 겪었다.
미세먼지는 크기가 매우 작아 코 점막을 통해 걸러지지 않기 때문에 몸속에 직접 침투해 천식과 폐질환은 물론 뇌졸중, 치매, 파킨슨병 등 많은 질병을 야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미세먼지를 암을 일으키는 것으로 확인된 1군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고농도 미세먼지는 영유아 및 어린이 같은 건강 취약계층에 더 위험하다고 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바람이 불거나 비라도 오면 오염물질이 희석되거나 씻겨내려가 농도가 급격히 낮아진다. 그래서 업무 담당자들 사이에서는 가장 좋은 대책은 기우제를 지내는 것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그만큼 대책이 어렵다는 말이기도 하다.
서울시를 비롯한 수도권 지역에서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미세먼지의 발원지가 어디인지를 알아야 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서울시 22%, 수도권 12%, 중국 등이 59%로 외부에서 더 많이 유입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시 자체보다 외부적 요인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서울시가 대책을 모색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이야기다.
미세먼지의 배출원별 기여도를 살펴보면 난방·발전 39%, 교통 37%, 비산먼지 22% 등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는 그동안 미세먼지 유발에 있어 교통 분야가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보고 자동차 중심으로 저감 대책을 추진했다. 천연가스(CNG) 시내버스 보급, 운행 경유차 매연 저감장치 부착 사업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러한 사업을 추진한 결과 그동안 서울의 대기질은 꾸준히 개선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예전에는 시내버스가 내뿜는 매연을 흔히 볼 수 있었으며, 와이셔츠를 하루만 입어도 목 부분이 시커멓게 되는 것 또한 일상이었지만 요즘에는 거의 볼 수 없는 장면이다.
그런데 2012년도 이후에는 어찌된 일인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기존 정책에 한계가 온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는 상태다. 그렇다면 이제 미세먼지 대책에 대한 방향을 새롭게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서울시는 지난해 5월 ‘미세먼지 10대 대책’을 내놓았고, 올 들어 세 차례에 걸쳐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를 발표하면서 버스나 지하철 요금의 무료 지원을 시행한 바 있으나 곧바로 실효성 논란과 함께 예산 낭비라는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 그것은 하루 50억원에 달하는 비용 때문이었다.
서울시는 결국 두 달도 안 돼 이 정책을 폐기하고 지난달 27일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한 ‘시민 주도 8대 대책’을 발표했다. 대책의 핵심은 ‘시민참여’와 ‘원인자 부담 원칙’이다. 미세먼지를 발생시키는 차량 소유자에게 벌칙을 주고 차량 2부제에 참여하는 운전자에게는 인센티브를 준다는 것인데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 든다. 필자는 이것보다는 민간 소유의 차량에 대한 차량 2부제를 강제로 실시하기 위한 권한을 서울시가 확보하는 게 더욱 더 큰 효과가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서울시의 미세먼지 대책은 당장 눈에 보이는 교통 분야를 중심으로 추진되어 왔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생각한다. 사실상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난 난방·발전 분야에 대한 대책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친환경 보일러나 저녹스 버너 보급사업 정도다. 미세먼지와 에너지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는 새로운 대안으로 연료전지가 떠오르고 있지만 아직은 경제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교통 분야에 중점을 둔 대책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미세먼지와 에너지 문제를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방향으로 그 흐름이 바뀔 수밖에 없다. 서울시 차원의 전향적인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최조웅 서울시의원
[기고-최조웅] 미세먼지 대책 패러다임 바꿔야
입력 2018-03-27 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