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변 학자 거부한다”… 베이징대 저명 교수 3인 사직

입력 2018-03-25 23:42
사진=베이징대 웨이보 캡처

중국 최고 명문대학인 베이징대의 저명한 교수 3명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사상통제에 반발해 사직했다.

홍콩 빈과일보와 명보는 25일 베이징대 단과대학 중 하나인 위안페이학원의 어웨이난 원장과 리천젠(사진) 상무 부원장, 장쉬둥 부원장 등 3명이 최근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어웨이난 원장은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로 재직하다 중국으로 돌아온 세계 정상급 수학자다. 리천젠은 미국 뉴욕대 종신교수로 재직하다 중국 정부의 인재 유치 정책에 따라 베이징대 교수로 초빙된 신경과학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다.

특히 평소 사상과 학문의 자유를 강조해 학생들의 존경을 받아온 리천젠은 모바일메신저 웨이신에 ‘베이징대인들이여, 서로 용기를 북돋자’라는 제목의 공개서한을 올렸다. 그는 공개서한에서 “베이징대는 중국의 신성한 사상의 전당으로서 사상과 이념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친 역사를 지니고 있다”며 “하지만 최근에는 어쩔 수 없이 모두 고개를 숙이고 교조적인 사상만을 얘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용기를 내 말을 하는 사람은 화를 당하고 그 화가 주위 사람에게까지 미치면서 직언을 하는 사람은 사라지고, 오직 순응하는 사람만 남았다”며 “항쟁을 할 수 없더라도, 최소한 개인의 존엄과 사상의 자유를 지키기를 원한다”고 사퇴 이유를 밝혔다. 이어 “베이징대가 세워진 후 120년이 지난 오늘 모두 관변 학자가 되기를 거부하고 꼿꼿이 일어서자”고 촉구했다. 베이징대는 1919년 반외세 저항 운동인 ‘5·4운동’을 주도했고 1989년 천안문 민주화 시위에도 앞장섰다.

빈과일보는 리천젠의 공개서한이 사상의 자유를 탄압하고 신격화에 몰두하는 시 주석을 비판한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 대학들은 2012년 말 시 주석 집권 후 시민권, 언론의 자유, 인권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주제는 피하도록 강요받는 등 사상통제에 시달렸다. 이를 어기는 교수들은 처벌을 받고 대학을 떠나거나 침묵을 강요당했다.

지난해에는 중국 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가 베이징대, 칭화대 등 중국 전역의 29개 명문 대학을 감찰한 후 일부 대학이 당의 정책과 노선을 제대로 따르지 않는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중국 당국은 리천젠의 공개서한이 온라인에서 파문을 일으키자 그의 글을 삭제하는 등 검열에 들어갔고 베이징대도 학생들에게 리천젠의 글을 퍼뜨리지 말 것을 당부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