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란核 합의’ 파기 땐… 北 “못믿을 美” 반발 가능성

입력 2018-03-26 05:01
사진=AP뉴시스

2007년 펴낸 회고록서 “北, 절대 핵포기 안해” 제네바 핵합의 파기 주역
최근에도 “北 비핵화 관련 경제지원 연계 안돼” 강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새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지명한 ‘슈퍼 매파’ 존 볼턴(사진)은 과거 미국과 북한의 제네바 핵 합의 파기에 기여한 인물이라고 미 시사주간지 애틀랜틱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애틀랜틱은 볼턴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가 2007년 펴낸 회고록 ‘항복은 선택이 아니다’를 토대로 볼턴을 분석했다. 조지 W 부시(아들 부시) 대통령이 제네바 합의를 폐기할 당시 그의 핵심 측근 중 한 명이었던 볼턴은 회고록에서 콘돌리자 라이스 당시 국무장관 등 대북협상파들을 비난했다. 그는 라이스 장관 등이 북한과 이란 정책에서 항복했다고 주장했다. 협상을 항복이라고 규정한 것이다.

볼턴은 회고록에서 “북한은 절대 자발적으로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썼다. 애틀랜틱은 볼턴이 부시 행정부가 제네바 핵 합의를 파기하는 데 자신이 기여한 것을 자랑스러워했다고 분석했다.

볼턴은 또 회고록에서 한국 정부의 ‘햇볕정책’도 비판했다. 볼턴은 “고 김대중 대통령이 햇볕정책의 설계자이며, 한국 정부의 일부 관료와 외교관들은 북한 체제의 옹호자들”이라고 썼다. 이에 애틀랜틱은 “문재인 대통령은 여러 면에서 햇볕정책을 계승하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볼턴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와 한국 정부의 갈등을 예상했다.

볼턴의 이런 대북 인식은 최근까지도 달라지지 않았다. 그는 23일 전문이 공개된 자유아시아라디오(RFA)와의 인터뷰에서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대북 경제 지원과 평화조약 체결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북한을 신뢰할 수 없다는 그는 북·미 정상회담 의제로 북한이 완전하게 핵을 폐기한 후 보상하는 리비아식 해법을 다뤄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래서 비핵화의 보상으로 대북 경제지원과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것에 대해서도 부정적이다. 그는 “북한이 경제적 발전을 바란다면 한국과 통일을 요구해야 하며 그것이 북한 주민을 돕는 최선의 길”이라고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볼턴의 등장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안보팀 내 충돌도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특히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측근들에게 볼턴과 협력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고 말했다고 NYT는 보도했다.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도 볼턴의 기용에 냉담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볼턴이 다음달 9일 국가안보보좌관에 취임하는 대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실에 대한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를 단행할 것이라고 외교전문매체인 포린폴리시(FP)가 보도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부터 근무한 관료들과 트럼프 대통령에게 충성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되는 직원 수십명이 타깃이라는 것이다. 허버트 맥매스터 현 국가안보보좌관의 측근들도 물갈이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국가안보회의(NSC) 구성원들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불만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이란 핵 합의도 파기될 가능성이 더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뿐 아니라 볼턴 역시 오바마 대통령 시절 타결된 이란 핵 합의에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이란 핵 합의 파기 여부는 오는 5월 12일이 데드라인이다.

이란 핵 합의가 파기될 경우 북·미 정상회담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볼턴의 평소 주장처럼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핵 폐기 말고는 다른 선택지가 없다는 메시지를 북한에 줄 수도 있지만, 미국을 믿기 어렵다는 북한의 반발도 예상된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