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꿈치 인대접합 수술 후 재활… 전성기 시절 역동적 투구폼으로 최고 구속 152㎞ 뿌리며 역투
작년 MVP 양현종, kt전 1실점 승 NC, LG에 2연승… 두산, 삼성 제압
25일 인천 문학구장 마운드에는 SK와이번스의 김광현, 타석에는 롯데 자이언츠의 이대호가 있었다. 한국프로야구의 투타를 대표하던 둘의 맞대결은 2749일 만이었다. 초구는 시속 152㎞ 한복판 직구, 스트라이크 콜을 받은 이대호가 마운드를 향해 씨익 웃었다.
150㎞, 151㎞…. 고집스럽게 직구만을 선택했음에도 이대호의 방망이가 좀체 타이밍을 잡지 못했다. 이대호의 몸쪽을 파고든 제5구는 시속 144㎞의 고속 슬라이더였다. 직구의 궤적을 예상한 방망이가 헛돌며 삼진을 당했다. 문학구장을 가득 메운 SK 팬들이 29번 유니폼을 펼쳐 들고 김광현을 연호했다.
왼쪽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로 마운드를 떠났던 김광현이 533일 만의 1군 무대 복귀전에서 승리를 거뒀다. 2016년 9월 30일 잠실 LG전 구원승 이후 541일 만의 승리다. 선발승은 2016년 9월 4일 마산 NC전 이후 567일 만이다. 달라진 것은 길어진 머리카락뿐, 싱싱한 직구와 날카로운 변화구는 그대로였다.
김광현의 직구는 투구수가 70개를 넘어선 때에도 시속 140㎞대 중반을 유지했다. 여기에 시속 130㎞대의 슬라이더, 110㎞대의 커브가 섞이자 롯데 타자들은 좀체 강한 타구를 만들지 못했다. 역동적인 투구폼은 전성기의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 김광현의 5이닝 3피안타 6탈삼진 무실점 호투에 힘입은 SK는 롯데를 5대 0으로 꺾고 기분 좋은 개막 2연승을 달렸다.
김광현과 맞대결한 롯데의 신인 윤성빈은 비록 패전투수가 됐지만 씩씩한 투구를 선보였다. 197㎝의 큰 키에서 내리꽂는 묵직한 직구, 신인답지 않은 침착한 경기운영 능력을 토대로 ‘홈런군단’ SK 타선을 5이닝 2실점으로 잘 막았다.
윤성빈은 첫 타자 정진기에게 승부구로 던진 시속 137㎞ 포크볼이 몸쪽 높은 코스로 향하며 홈런을 허용, 경기를 시작하자마자 1실점했다. 이후 안타와 볼넷으로 1회 무사 만루 상황에 처했다. 신인의 멘털이 흔들릴 만한 상황이었지만 윤성빈은 탈삼진에 이어 유격수 앞 병살타를 유도하며 스스로 위기를 빠져나왔다.
2회에 홈런을 맞은 정진기를 다시 상대할 때에는 배짱 좋게 또다시 떨어지는 변화구를 던졌다. 결과는 3구 삼진이었다. 롯데의 한동희는 김광현의 볼을 공략해 좌익수 앞 깨끗한 안타를 만들어냈다. 3루 수비에서도 부드러운 글러브 핸들링과 정확한 송구로 프로 무대에서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는 지난 시즌 MVP인 KIA 타이거즈의 양현종이 kt 위즈를 상대로 7이닝 1실점의 완벽투를 선보였다. 81개의 투구로 볼넷 없이 6개의 삼진을 곁들였다. 5회초 황재균을 상대로 체인지업을 던지다 좌월 솔로홈런을 허용한 것이 옥에 티였다. 황재균의 KBO 리그 홈런은 539일 만이다.
KIA는 양현종의 호투 속에서 이범호가 2개의 홈런을 터뜨리는 등 16안타의 화력쇼를 펼쳤다. 결국 kt에 14대 1로 승리하며 지난 24일 개막전에서의 역전패를 설욕했다. 나란히 첫승과 6탈삼진을 신고한 양현종과 김광현은 올 시즌 최고 좌완이 누구인지를 두고 대결을 펼칠 전망이다.
경남 창원 마산야구장에서는 NC 다이노스가 LG 트윈스에 7대 1로 승리하며 2연승을 달렸다. 잠실구장에서는 두산 베어스가 삼성 라이온즈를 5대 4로 꺾었다. 두산 선발 장원준은 1회초 대거 4점을 내줬지만 이후 7회까지 실점을 허용하지 않으며 승리투수가 됐다. 한화 이글스는 넥센 히어로즈에 4대 1로 승리했다. 외국인 좌완 제이슨 휠러가 7이닝 1실점 7삼진으로 호투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533일 만에… 광속구로 돌아온 에이스 ‘김광현’
입력 2018-03-26 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