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무역전쟁서 큰소리 치는 이유는?… 보복카드 수두룩

입력 2018-03-26 05:02

中, 수출 비중 낮아 타격 적어
반면 美産 농산물 수입 늘어 보복 땐 트럼프 텃밭 초토화
차·항공기 등도 피해 불가피


중국이 미국의 ‘관세 폭탄’ 조치에 대해 역공에 나섰다. 누가 더 크게 상처를 입는지 한번 해보자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이는 중·미 경제가 복잡하게 얽혀있어 한 쪽을 베면 양쪽이 피를 흘리는 구조인데다 중국이 미국에 심각한 타격을 줄 보복 수단을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미국산 철강과 돈육 등 이미 발표한 품목 외에 앞으로 미국산 대두(콩)와 자동차, 항공기, 반도체, 전자부품에 대한 보복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4일 보도했다.

루지웨이 전 중국 재무부장(장관급)은 “내가 정부에 있다면 가장 먼저 대두에 보복조치를 취하고 그 다음은 자동차와 항공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중국이 수입한 196억 달러(약 21조원)어치 미 농산물 중 대두가 63%를 차지했다. 대두에 대한 보복조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표밭인 ‘팜벨트’(농장지대)에 타격을 줄 수 있다.

또 미국은 지난해 100억 달러(약 11조원)어치의 자동차를 중국에 수출했다. 중국은 미국산 자동차 2위 수입국이다. 특히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제너럴모터스(GM)의 중국 내 판매량은 390만 대에 달했다.

또 항공기 제조업체인 보잉은 지난해 항공기 202대를 중국에 인도했다. 전 세계 인도량의 26%나 된다. 보잉은 2036년까지 중국에 7240대, 1조1000억 달러(약 1200조원)어치 항공기 판매를 기대하고 있다.

미국이 중국에 수출한 반도체와 전자 부품 규모는 68억9000만 달러(약 7조5000억원)어치에 달한다.

중국이 보복조치를 취하면 인텔, 퀄컴, TI, 마이크론 등도 피해가 불가피하다. 또 2016년 미국을 방문한 중국인 300만 명이 현지에서 쓴 돈은 330억 달러(약 36조원)에 이른다. 미국 방문 제한 조치도 가능한 보복 수단이란 얘기다.

반면 미국과의 무역전쟁에서 중국이 받는 피해는 예상보다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3일 중국이 과거 수출과 노동집약적인 산업에 치중했지만 지금은 내수가 탄탄하고 첨단 제조업 중심으로 체질을 바꿔 무역전쟁에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국내총생산(GDP)에서 수출 비중은 2007년 35%에서 지난해 19%로 낮아졌다. 미국이 6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상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해도 중국의 경제 성장률은 겨우 0.1% 포인트 하락할 것이란 분석이다.

미국이 중국의 대미 수출비중이 15%에 가까운 가구와 침구, 의류, 신발 등을 타깃으로 삼을 수 있지만 중국 섬유산업 노동자의 비율은 현재 0.5% 수준에 불과해서 영향력은 미미하다.

중국은 또 1조2000억 달러(약 1300조원)어치의 미 국채를 보유한 최대 채권국이다. 무역전쟁이 격화되면 미국 금융시장을 뒤흔들 ‘국채 매각’ 카드를 꺼내들 수도 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