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 고난’ 기도와 묵상으로 성령의 열매

입력 2018-03-26 00:01
서울 반포교회 여전도회 회원들이 사순절 고난주간을 앞둔 지난 23일 성령의 아홉 가지 열매 자수를 위한 교육을 받았다. 국민일보DB
서울 성북구 본교회에 출석하는 추은하 집사가 종려주일인 25일 교회에서 성경 필사를 하는 모습. 본교회 제공
대한성공회 사제들이 2016년 고난주간에 강원도 춘천 성프란시스수도회에서 세족식을 하는 장면. 성프란시스수도회 홈페이지
2018년 부활절(4월 1일)을 한 주 앞두고 고난주간에 들어섰다. 고난주간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고난과 죽음을 기념하는 절기다. 십자가 죽음을 앞둔 예수가 어린 나귀를 타고 예루살렘에 입성하는 날부터 부활 직전까지 일주일이다. 올해 고난주간은 31일까지다.

금욕·절제로 예수고난 동참

고난주간은 사순절과는 달리 기독교 내 거의 모든 교파와 교단이 기도와 묵상의 절기로 지킨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고통을 함께 나누겠다는 취지에서다. 이를 위해 금식을 하거나 오락과 취미 활동을 중단하는 등의 자발적 금욕·절제를 실천하기도 한다.

김명실 영남신학대 교수는 25일 “고난주간이라고 해서 특별한 실천 과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며 “평소처럼 기도와 묵상을 해도 좋고, 고난주간을 계기로 기도와 묵상 습관을 가져보라”고 권유했다. 스마트폰 성경을 활용해 성경을 읽고 잠시 눈을 감은 채 기도하는, ‘움직이는 기도 골방’을 만드는 것도 좋은 실천이라고 김 교수는 추천했다.

절제도 고난주간의 미덕이다. 유미호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 센터장은 ‘탄소 금식’을 제안했다. 하나님이 부여하신 창조질서를 보존하자는 취지다. 유 센터장은 “고난주간 가운데 단 하루라도 전기와 종이, 비닐 사용을 중단해 보는 것”이라며 “이를 통해 절제와 금욕을 실천하자”고 조언했다. 서울 동숭교회(서정오 목사)는 26일 오전 ‘고난주간 촛불금식기도회’를 갖는다. 온 성도가 금식을 통해 예수 그리스도가 겪은 고통을 간접적으로 체험하겠다는 다짐이다.

자수와 성경필사, 세족식까지

특별한 고난주간 보내기에 나서는 교회와 성도들도 눈길을 끈다.

서울 반포교회(강윤호 목사) 여전도회원들은 성령의 아홉 가지 열매를 자수 작품으로 만들고 있다. 성령의 열매들은 사랑 희락 화평 오래참음 자비 양선 충성 온유 절제를 말한다. 이청원 권사는 “여전도회원들이 고난주간 동안 두 개씩 자수 작품을 만든 뒤 부활절에 전시회를 가질 예정”이라며 “회원들이 한 땀 한 땀 정성스럽게 작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큰 은혜를 받고 성령의 열매에 대해서도 깊이 묵상할 수 있어서 유익하다”고 전했다.

성경필사는 고난주간의 전통 프로그램 중 하나다. 서울 본교회(조영진 목사) 교인 650여명은 매년 고난주간이 되면 성경필사에 나선다. 특별히 사복음서에 나오는 ‘가상칠언’을 필사한다. 가상칠언은 십자가에 달린 예수 그리스도가 죽음 직전 고통 가운데 하신 말씀이다.

교회 전승에 따른 예배를 드리는 교회도 있다.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주성식 신부)은 26∼28일 오전 성찬식을 하면서 ‘십자가의 길’이라는 기도 예식을 진행한다. 많은 교회에서 예수 그리스도가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신 성금요일인 29일에는 세족식을 하거나 ‘정사(釘死) 예배’를 드리기도 한다.

이밖에 ‘하루 한 끼 금식, 또는 미디어 금식하기’ ‘불우한 이웃에게 도움의 손길 베풀기’ ‘외식이나 여행 등 오락을 삼가며, 기도와 묵상의 시간 갖기’ ‘관계가 틀어진 친구나 동료와 화해하기’ ‘요일별 예수의 행적 묵상하기’(표 참조) 같은 고난주간 생활 지침도 있다.

장창일 김동우 이현우 기자 jangci@kmib.co.kr

그래픽=이영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