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방역의 마지막 취약고리… ‘축산분뇨차량’이 복병

입력 2018-03-26 05:04

최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병한 산란계 농가 3곳 중 한 곳이 축산분뇨를 옮기는 과정에서 감염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정부의 AI 방역 대책이 ‘축산분뇨 차량’이라는 복병을 만난 것이다.

AI 바이러스를 내포한 ‘위험물’을 옮기는 차량에 대한 기준이 없다는 게 문제점으로 꼽힌다. 감염 위험이 큰 의료 폐기물을 운반하는 차량에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과 대비된다는 지적이다.

25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18일 AI 확진 판정을 받은 충남 아산 산란계 농가의 경우 축산분뇨 차량을 통해 전파됐다는 데 무게가 실리고 있다. 전문가들을 동원한 역학조사 결과 농가에 쌓아 뒀던 축산분뇨를 비료업체로 운반하는 과정에 허점이 있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일정 규모 이상의 농가는 ‘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라 별도의 가축분뇨 배출시설을 구비하고 있다. 각 농가는 축산분뇨를 이곳에 모았다가 외부로 내보낸다. 고병원성 AI가 발생한 농가도 매한가지다. 폐사체를 축산분뇨에 던져놓고 있다가 반출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그만큼 AI 바이러스가 남아 있을 가능성이 높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이동제한 조치가 내려지면 30일까지도 반출이 제한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를 운반하는 과정이다. 현행법상 축산분뇨를 실어 나르는 차량에 별다른 규제가 없다. 일반 트럭이라도 운반이 가능하다. 축산분뇨 반출 시 차량 소독을 하고는 있지만 차량 외부 소독에 국한돼 있다. 공기 중으로도 감염이 가능한 AI의 특성을 고려하면 바이러스의 외부 전파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운반 이후도 문제다. 축산분뇨는 대부분 비료로 재생산된다. 대형 업체의 경우 90∼100도의 고열에서 열처리해 바이러스가 없어지지만, 소형 비료업체는 이 과정 없이 비료를 생산한다. 비료를 통한 전파도 가능한 것이다.

사람에게 감염될 위험이 큰 의료폐기물 운반 절차와 대비된다. 2015년 발생한 메르스(MERS) 사태가 대표적이다. 당시 폐기물 주무부처인 환경부는 메르스 격리 의료폐기물 안전관리 대책으로 병원부터 의료폐기물을 밀폐형 전용용기에 담도록 규정했다. 운반 차량의 경우 1회 운행할 때마다 차량을 약물 소독하도록 강제했다. 운반 후에는 곧바로 폐기물을 소각해야 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서유럽의 경우 축산분뇨 운반용 특수차량을 도입하고 있다”며 “이번 AI가 종식된 뒤 관련 후속 대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