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WTO에 ‘中 지재권 제소’ 노림수는?… 세계에 경고

입력 2018-03-26 05:01

통상법 301조 카드 앞세워 “지재권 침해 땐…” 메시지
한국 반도체·휴대전화 품목 지재권으로 압박할 가능성


미국이 중국에 대규모 관세 폭탄을 던지고 중국이 보복에 들어가면서 미·중 통상전쟁의 서막이 올랐다. 통상전문가들은 미국이 ‘통상법 301조’를 앞세운 점을 유심히 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전 세계 국가에 ‘지적재산권을 침해하면 중국과 같은 상황을 맞을 수 있다’는 경고장을 날린 것이란 분석이다. 한국이 지적재산권 침해와 관련해 경계해야 할 1순위 산업은 ‘반도체’다.

통상전문가들은 미국이 중국에 통상법 301조 카드를 꺼내듦에 따라 한국도 안심할 수 없게 됐다고 보고 있다. 당장 미국이 통상법 301조와 지식재산권 분야의 슈퍼 301조로 불리는 ‘스페셜 301조’로 압박할 수 있는 수입품은 반도체다.

KB증권이 최근 내놓은 ‘미 무역규제의 영향’ 보고서를 보면 미국의 추가적인 수입규제 가능성이 높은 분야는 한국의 대미 흑자와 미국의 무역적자가 동시에 큰 산업이다. 조건을 맞춰보면 향후 미국이 반도체와 휴대전화 품목을 지재권으로 압박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미국 기업 ‘비트마이크로’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대용량 저장장치(SSD) 관련 특허를 침해했다며 지난해 말 미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제소한 상태다. 휴대전화도 과거 갤럭시S2처럼 특허침해 소송에 말려들 가능성이 있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25일 “애플의 아웃소싱 기업인 폭스콘이 미국 내 생산공장을 짓게 되면 휴대전화 업체에 대한 보호무역 파고가 높아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은 지식재산권과 관련해 23일(현지시간) 세계무역기구(WTO)에 중국을 제소하기까지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산 수입품에 300억∼600억 달러 규모의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초강력 경제 제재를 발표한 지 하루 만이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중국은 해외 기술 기업에 차별적이고 비우호적인 계약을 의무화하는 방식으로 WTO 규정을 위반했다”며 “중국의 정책은 라이선스와 기술 관련 계약에서 시장 정책을 유지하려는 미국과 전 세계 혁신 기업을 해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즉 중국 내 불합리한 투자 환경이 미국 기업의 강제적인 선진기술 이전을 야기하고 미국 기업의 지식재산권을 침해했다는 것이다.

미국이 그동안 비난해온 WTO에 중국을 제소한 것은 예상 밖의 일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경제 분야 측근들은 중국의 불공정 무역을 키운 주범으로 WTO를 지목해왔다. 미 USTR은 WTO의 무역 지식재산권 협정(TRIPS)에 따라 중국이 해외 지식재산권 보유자를 차별하고 외국 특허보유자의 특허권 보호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통상 전문가들은 미국이 그동안 통상전쟁을 벌이며 받은 비난을 정당화하기 위해 WTO로 전장을 옮겼다고 보고 있다. 제현정 한국무역협회 통상지원단 차장은 “지재권을 침해한 중국에 제재를 가하는 것은 당연한 것임을 WTO의 절차를 통해 정당화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종=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