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스템이 오감 자극
관람용 장비 무게 상당하고
화면 해상도 떨어지기도
화면 속에서 주인공 우진(김정현)이 노래를 부른다. 카페 야외무대다. 극장 관람석에 앉아 고개를 좌우로 돌렸는데 옆 좌석 사람 대신 카페 전경이 스쳐 지나간다. 뒤를 돌아보면 공연을 즐기는 카페 손님들이 시야에 들어온다.
VR(가상현실) 관람용 안경을 쓰고 영화를 보면 이렇게 생경한 경험이 펼쳐진다. ‘기억을 만나다’는 세계 최초의 4DX VR영화. 360도 시야각의 입체 영상을 구현하는 VR 기술과 오감을 자극하는 4DX 상영시스템이 결합된 새로운 영화적 체험을 제공한다.
가장 큰 강점은 몰입감이다. 영화를 관람하는 내가 스크린 속 공간 안에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극 중 인물이 버스를 타면 ‘관람하는 나’도 덜컹거리고, 어딘가에 부딪히면 그 충격이 내게도 전해진다. 바로 곁에서 바라보는 듯한 실재감, 손을 뻗으면 만져질 듯한 생생함이 느껴진다.
몰입감이 크다 보니 신중한 장르 선택이 중요해진다. 자극성이 지나칠 경우 부작용의 우려가 있어서다. ‘기억을 만나다’ 제작진이 액션 공포 스릴러가 아닌 로맨스 장르를 택한 이유이기도 하다. 연출을 맡은 구범석 감독은 “낯설고 어려운 영화가 되지 말자는 생각에 VR기술을 통한 감정 전달에 초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영화는 뮤지션을 꿈꾸는 우진과 배우 지망생 연수(서예지)의 아릿한 첫사랑을 그린다. 판타지적 화면 구성으로 사랑의 감정을 표현한 부분이 기발하다. 각자의 방에서 통화하는 두 사람의 모습이 한 화면에 놓이면서 그 배경에 밤하늘이 깔린다. 마치 우주 한가운데 놓인 듯 사방에 별이 가득 수놓아진다.
바다 위 공중에 떠있는 듯한 앵글로 해질녘 수평선을 바라보는 장면 또한 인상적이다. 관람석에 앉아 전후좌우 어디를 바라봐도 망망대해가 펼쳐져있다. 고개를 떨궈보면 발아래 파도가 넘실댄다. 그 순간 어디선가 상쾌한 바람까지 불어온다. 이 장면을 경험하는 것만으로도 관람료 6000원이 아깝지 않을 것 같다.
아직 개발 초기 단계여서 개선점이 적지 않다. 고글 형태의 VR관람용 장비 HWD(Head Mounted Display)의 무게가 상당해 장시간 관람이 어렵다. 러닝타임 38분인 ‘기억을 만나다’는 VR영화로는 초장편에 속한다. 화면 해상도가 떨어져 다소 어지럼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총괄 프로듀서로 참여한 곽경택 감독은 “컬러영화나 3D영화가 처음 나왔을 때도 초반 반응은 별로였다. 새로운 매체에 익숙해지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그런 시도를 통해 새로운 문법이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는 오는 31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개봉된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기억을 만나다’ 영화 보는데 별이 뜨고 파도가 치고 [리뷰]
입력 2018-03-26 0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