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N엔터 직원들 출근 시간 오전 10시30분까지 늦출 수 있어
하루 전 회사에 통보하는 방식… “제도 도입으로 만족도 높아졌다”
SKT, 2주 단위로 80시간 범위 내 직원이 정하는 제도 다음 달 시행
사회 전반에 일과 삶의 균형(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을 추구하려는 움직임이 거세다. 개인의 삶이 나아지면 회사에서의 업무 능률도 높아지고 애사심까지 생긴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변화에 민감한 정보기술(IT) 업계도 워라밸 훈풍에 발빠르게 올라타고 있다. 잦은 야근과 밤샘 작업, 과로로 근무환경이 가혹한 것으로 악명이 높았던 IT업계지만 선택근무제를 도입한 뒤 직원들의 만족도는 대체로 높다.
NHN엔터테인먼트에서 게임 기획을 맡고 있는 김수정(35) 차장은 경기도 남양주시에 거주하면서 유치원에 다니는 딸과 뱃속의 아이까지 기르는 ‘워킹맘’이다. 김 차장은 출근 시간을 평소 오전 9시30분으로 맞춰 놓는다. 큰 딸을 유치원에 보내고 경기도 성남시에 위치한 회사로 출근하기 위해서다. 다만 맡고 있는 게임의 정기점검 등 일 때문에 일찍 회사에 나와야 하는 날은 출근 시간을 오전 8시30분으로 당긴다. 아이가 아파 병원에 가야 하는 등 돌발 상황이 발생하면 아예 오전 10시30분으로 출근을 늦추기도 한다.
NHN엔터에서는 매일 그 다음 날 출근 시간을 오전 8시30분부터 오전 10시30분까지 30분 단위로 정할 수 있다. 퇴근 시간은 그에 맞춰 9시간 뒤로 조정된다. 이 과정에서 직원은 별도로 부서장에게 보고를 하고 승인받는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 회사 인트라넷에 접속해 출근 시간을 선택하기만 하면 된다. 직원이 눈치를 보지 않고 회사에 출근 시간을 통보하는 구조다.
NHN엔터도 지난해까지는 출퇴근 시간이 정해져 있는 회사였다. 일괄적으로 오전 9시30분 출근, 오후 6시30분 퇴근하는 식이었다. 그러다 선택근무제 ‘퍼플타임’이 지난해 8월부터 시범 운영됐고, 이달 본격 도입되면서 NHN엔터의 출퇴근 문화가 획기적으로 바뀌었다. 자녀를 유치원 또는 학교에 보내야 하는 워킹맘들은 출근 시간을 늦춘다. 출퇴근 시간이 분산되면서 직원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던 퇴근 시간대에도 여유가 생겼다. 김 차장은 25일 “선택근무제 시행 이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들이 현실이 됐다”고 말했다.
NHN엔터 김건해 인사팀장은 “선택근무제 도입으로 직원들의 만족도가 높아졌다”면서 “선택근무제의 성공은 회사와 직원이 ‘윈윈’한 사례”라고 자평했다.
NHN엔터뿐만이 아니다. 대형 IT기업들을 중심으로 업계 전반에 선택근무제가 확산되고 있다. 엔씨소프트의 경우 1주일에 40시간 근무를 원칙으로 하되 출퇴근 시간은 유연하게 설정할 수 있도록 했다. 오전 7시부터 오전 10시까지 30분 단위로 개인이 출근 시간을 선택한다. 나아가 엔씨소프트는 한 주의 근로시간이 늘어나면 다른 주의 근로시간을 줄여 법정 근로시간에 맞추는 탄력적 근로시간제 도입도 추진 중이다.
게임업계 맏형인 넥슨은 이미 조직마다 업무 특성에 맞춰 오전 8시부터 오전 10시 사이에 출근 시간을 정하는 방식의 출퇴근 근무제를 시행하고 있다. 넷마블은 지난 13일부터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하루 5시간 이상 근무하되 출퇴근 시간을 자유롭게 정하는 근로제를 도입했다. 넷마블 임직원들은 월 기본 근로 시간 내에서 오전 10시∼오후 4시 ‘코어타임’을 제외하고 나머지 업무 시간을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
출근 시간을 조정하면 오후 4시에도 퇴근할 수 있다. 사전에 연장근로를 신청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평일 야간 시간(밤 10시∼오전 8시)과 휴일 근무는 할 수 없다. 월 기본 근로 시간을 초과하는 연장근무도 금지했다.
네이버는 이미 2015년 초부터 근무 시간을 따로 정하지 않고 본인의 업무만 하면 자유롭게 출퇴근하는 책임근무제를 시행 중이다. SK텔레콤 역시 2주 단위로 총 80시간 범위 내에서 직원 스스로 근무 시간을 정할 수 있는 ‘자율적 선택근무제’를 오는 4월부터 도입할 예정이다.
해외 글로벌 IT기업들은 일찍이 근무 시간을 유연하게 조정했다. 구글과 페이스북은 획일적인 근무제도를 벗어나 직원들에게 최대한 자율권을 준다. 심지어 넷플릭스는 출퇴근과 근무 시간, 휴가 일정도 회사 차원에서 전혀 체크하지 않는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
출근시간 내 맘대로… 과로 악명 IT업계 ‘워라밸’ 훈풍
입력 2018-03-26 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