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피플] ‘리빙페이스처치’ 등 뉴욕 3개 교회 개척 노진산 목사

입력 2018-03-24 00:01 수정 2018-03-26 17:42
미국 뉴욕 ‘리빙페이스처치’의 노진산 목사가 지난 7일 서울 서초구 횃불회관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 도중 활짝 웃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노진산 목사(흰색 원)가 미국 뉴욕 퀸즈 지역의 개척 교회 생태계 구축을 위해 정례적으로 만나는 목회자들과 함께 찍은 사진. 노진산 목사 제공
교회 개척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카리스마 넘치는 목회자 한 사람의 개인기에 의존한 교회 개척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이제는 교회 개척 전에 지역사회와의 관계, 기존 교회와의 협력 등을 미리 생각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

미국 뉴욕 ‘리빙페이스처치(Living Faith Community Church·LFCC)’의 노진산 목사(Stephen Ro)는 실제 사역경험을 바탕으로 ‘건강한 교회 개척 생태계’를 알리는 데 힘쓰고 있다. 뉴욕 리디머장로교회에서 은퇴한 팀 켈러 목사가 이끄는 ‘리디머 CTC’의 일원으로 ‘센터처치 콘퍼런스’ 참석차 한국을 찾은 노 목사를 지난 7일 인터뷰했다.

노 목사는 1976년 중학생 때 미국으로 건너가 성장한 한인 1.5세대다. 2000년 2월 리디머장로교회로부터 파송받아 뉴욕 퀸즈 플러싱 지역에 LFCC를 개척, 첫 예배를 드렸다. 영어로 다민족 다인종이 함께 예배드리는 교회다.

-어떻게 교회를 개척하게 됐나.

“웨스트민스터신학교에서 팀 켈러 목사에게 배운 게 인연이 됐다. 20년 전 리디머교회에서 교회를 개척하는 세 가지 방법이 있었다. 목회자 한 사람이 중심이 된 파이어니어, 교회 소그룹을 주축으로 하는 파트너십, 분립개척인 하이브오프다. 나의 경우는 파송 받은 뒤 펀딩 등 도움을 받은 파이어니어 사례에 속한다. 과거에 비해 지금은 스태프와 교인 등 소그룹이 훈련받은 뒤 교회를 개척해나가는 하이브오프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2000년 개척한 LFCC에서 또 다른 교회 개척을 이어가고 있다.

“2010년 4월 뉴욕 베이사이드지역에 한인을 대상으로 ‘믿음으로 사는 교회’를 열었다. 2012년 10월 플러싱 다운타운 지역에 ‘킹스크로스처치’도 세웠다. 현재 LFCC에는 ‘교회 개척 담당’ 목회자가 따로 있다. 재정의 5%를 교회 개척 생태계에 쓰려 한다. 현재 퀸즈 지역에 추가 교회 개척을 위해 적임자를 찾는 과정에 있다.”

-2015년부터 스티븐 엄 목사와 함께 한국 목회자 대상으로 교회 개척을 교육하고 있다. 초교파적인 협력을 강조한다고 들었는데, 현재 한국에서는 소속 교단, 노회를 떠나 연합하는 게 쉽지는 않다.

“리디머CTC는 미국장로교(PCA) 소속이나 장로교뿐 아니라 오순절교회, 침례교회 등 다른 교단 교회도 개척한다. 가령 소그룹이 모여서 뉴욕 할렘지역에 오순절교회를 개척하고 싶다 해도 훈련을 지원하고 펀딩을 해 준다. 도시를 사랑하고, 복음의 DNA가 있고 성실하게 개척하면 소속 교단에 상관없이 함께할 수 있다. 한국에서도 노회나 교단을 벗어나서 생각하는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팀 켈러 목사나 CTC 사역을 보면 교회가 서 있는 도시와 그 문화에 대해 매우 열심히 연구한 것 같다.

“켈러 목사가 가장 강조하는 게 상황화다. 상황화가 안 되면 망한다. 켈러 목사 설교를 그대로 흉내 내다가 망한 사람들이 많다.(웃음) 성경을 잘 알고 동시에 그 도시와 문화를 공부해야 한다. 맨해튼과 퀸즈 각 지역이 조금씩 다르고 특색이 있다. 지역사회에 대해 인터넷에서 찾아보며 공부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것도 해야겠지만 지역의 주민이 돼 살아야 한다. ‘아이들 학교 모임에 꼭 가라. 카페에 가 봐라. 타운홀 미팅에 꼭 참석하라. 동네 상가의 변화 등에 대해 민감하게 살펴봐라’와 같은 구체적인 팁을 준다. 우리 동네 피자가게가 중국음식점으로 바뀌었다면 알아차리고 찾아가서 먼저 인사하라는 것이다.”

-교회 개척 생태계를 위해 꼭 알아야 할 다섯 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모집, 평가, 트레이닝, 코칭, 펀딩이 필요하다. 한 사람이 개척자로 가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교회들이 같이 모여서 함께 교회를 개척할 사람을 발굴하고, 평가하고, 훈련하고 코칭한 뒤 자금 지원까지 하는 다섯 과정이 이뤄 질 때 교회의 에코 시스템을 형성할 수 있다. ‘평가는 엄격하게, 훈련은 쉽게’ 하자는 생각을 갖고 있다. 기본이 안 된 사람은 아무리 훈련을 시켜도 안 된다. 켈러 목사가 강조하는 것은 ‘목회자는 성령의 은사로 사역하는 것뿐 아니라 성령의 열매로 사역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교회 개척자를 찾을 때 실력만 보는 것이 아니라 지역에서 평판 조회 등을 거쳐 성품을 잘 따져본다. 이번 콘퍼런스와 이어지는 교육 등을 통해 한국에도 건강한 교회 개척 생태계가 형성되기를 바란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