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금융지주 주주총회에서 노사가 격돌했다. KB금융 노조가 추천한 사외이사 선임은 불발되며 노사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졌다. 하나금융 김정태(사진) 회장은 3연임에 성공했다.
23일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에서 열린 KB금융지주 주총에선 KB금융 노조가 주주제안으로 올린 3개 안건이 모두 부결됐다. 특히 ‘노동이사제’의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던 노조추천 사외이사 선임은 국민연금이 등을 돌리며 찬성률이 4.23%에 그쳤다. 국민연금이 찬성표를 던졌던 지난해 11월 임시주총 당시 노조추천 사외이사 선임안은 17.78%의 찬성표를 받았었다.
노조 제안 정관변경안도 주총 문턱을 넘지 못했다. 정·관계 ‘낙하산 인사’를 이사로 선임할 수 없도록 하는 정관변경안(찬성률 4.29%)과 대표이사를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서 배제하는 안건(찬성률 31.11%)도 정족수를 넘기지 못했다.
노조 제안 안건이 모두 부결된 데는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의 반대에 더해 주총 전 KB금융 이사회의 ‘의결권 대리행사’ 공시가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KB금융 이사회는 지난 5일 노조 제안 안건에 반대하는 주주가 직접 참석하지 못할 경우 대리인이 의결권을 행사토록 권유하는 내용을 공시해 노조의 반발을 샀다. 주총장에서 노조는 이사회 공시를 다시 지적하는 한편 새롭게 선임된 사외이사들의 성향을 문제 삼으며 사측과 대립각을 세웠다. 발언 과정에서 주주 간에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채용비리 의혹도 거론됐다. 한 소액주주는 “채용비리에 얽혀 있는 상황에서 의사봉을 들고 있는 것이 타당하냐”며 “우리은행장도 사퇴하고 대구은행장도 사퇴했는데 (윤종규 회장도) 책임을 지는 게 맞다”고 비판했다. 이에 윤 회장은 “이런 논란에 휘말린 데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인규 DGB금융지주 회장 겸 대구은행장은 이날 대구은행장 직에서 사퇴했다. 채용비리,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로 여론이 악화됐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같은 날 열린 하나금융 주총에선 84.6%의 찬성률로 김 회장의 3연임이 확정됐다. KEB하나은행 노조 등이 “김 회장이 금융감독원 조사와 검찰 수사에 대응하느라 제대로 경영에 전념할 수 없을 것”이라며 연임 반대 의결을 촉구했으나 큰 힘을 발휘하진 못했다. 김 회장이 하나금융을 이끄는 동안 주주가치가 높아졌다는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ISS의 찬성 의견 등이 외국인 주주에게 영향을 준 것으로 관측된다. 하나금융의 외국인 지분은 73% 수준이다.
홍석호 기자 will@kmib.co.kr
노사 격돌장 된 금융지주 주총… KB, 노조 추천 사외이사 또 불발
입력 2018-03-24 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