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권력형 비리에 경종 울린 이 전 대통령 구속

입력 2018-03-24 05:01
이명박 전 대통령이 구속영장이 발부돼 23일 새벽 서울동부구치소에 수감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 기소돼 재판 중인 가운데 또 한 명의 전직 대통령이 구속된 것이다. 전직 대통령 구속은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에 이어 4번째다.

전직 대통령들이 권력형 부정부패로 줄줄이 구속되는 모습을 지켜봐야 하는 국민들의 마음은 참담하다. 국가적인 불행이고 외국에도 부끄러운 일이다. 그렇지만 전직 대통령이라고 법 앞에서 예외가 될 수는 없다는 대원칙을 겸허한 마음으로 재확인할 수밖에 없다.

이 전 대통령에게 적용된 범죄 혐의는 110억원대의 뇌물수수, 다스 관련 340억원대 횡령 및 30억원대 법인세 포탈,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 10여 가지가 넘는다. 혐의는 향후 치열한 법정 다툼을 통해 사실 여부가 최종적으로 확인될 것이다. 검찰은 다음주 초부터 구치소를 방문해 이 대통령에 대해 보강조사를 한 후 4월 10일 이전에 기소할 가능성이 높다. 기소 전까지 철저히 조사해 권력자의 부정부패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경종을 울려야 한다. 혐의에 대해서는 철저히 조사해야겠지만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의 예우를 갖춰야 하는 건 물론이다. 이 전 대통령도 구속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거부했지만 이제부터라도 검찰 조사에 성실하게 임하길 기대한다. 혐의 대부분을 부인하며 정치보복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지만 그런 식으로는 혐의를 벗을 수 없다. 검찰 수사나 재판에 불응하거나 비협조적일 경우 유무죄 판단 및 형량선고에서 본인에게 불리해진다는 걸 알아야 한다.

정치권은 이번 사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하지 말고 검찰 수사와 재판을 차분하게 지켜보기 바란다. 전직 대통령의 잇따른 구속은 제왕적 대통령제에도 원인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대통령의 막강한 권한을 분산하고 견제할 수 있도록 권력구조를 개편하는 개헌안 마련에 지혜를 모으는 게 정치권이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