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권익위원회가 충북 청주시에 있는 청렴연수원 앞에 설치된 이명박 전 대통령 친필 표지석(사진) 처리를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권익위 내부에서는 “표지석은 그대로 두되 역사적 교훈을 남기자는 취지에서 옆에 설명판을 설치하자”는 의견까지 등장했다. “주민 여론을 감안해 보이지 않는 곳으로 옮기자” “문구는 놔두고 이 전 대통령 이름만 지우자” 는 의견도 있다.
문제의 표지석은 청렴연수원 입구에 서 있는 ‘청렴이 대한민국을 바꾼다’라고 적힌 표지석이다. 가로 3m, 세로 1.9m 크기 화강암 재질로, 2012년 10월 설치됐다. 글씨는 당시 현직이던 이 전 대통령이 썼다. 문구 아래에 ‘이천십이년 가을 대통령 이명박’이라고 표기돼 있다.
검찰의 이 전 대통령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는 표지석을 철거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졌다. 하필이면 이 전 대통령의 혐의가 뇌물수수 의혹인 점도 영향을 끼쳤다. 권익위는 내부 논의 끝에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최종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는 현재 상태를 유지하기로 결론 내렸다. 권익위 관계자는 “이 전 대통령이 구속은 됐지만 아직 사법적 판단이 내려진 건 아니다”라며 “결과를 지켜본 뒤 표지석을 어떻게 할지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단독] ‘청렴이…’ MB 친필 표지석을 어쩌나
입력 2018-03-23 17:53 수정 2018-03-23 21: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