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고함은 살아있는 사람들의 얼굴 속에 있어요” “나는 매일 더 많이, 더 멀리 보고 있다는 느낌 때문에 작업하는 거예요” “조각은 얼굴에 낯선 무언가가 갑자기 나타나는 것을 보는 것이고, 그것은 세상의 어떤 여행보다 위대해요”….
조각가 알베르토 자코메티(1901∼1966)의 한국 첫 회고전을 기념해 만들어진 대도록(大圖錄) 말미엔 자코메티의 예술관을 엿볼 수 있는 이런 내용의 인터뷰가 등장한다. 1962년에 진행된 인터뷰인데, 대도록을 구입한 관람객은 이 책자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자코메티가 조각을 할 때 어떤 생각을 했는지, 그가 가장 중요하게 여긴 건 무엇인지….
대도록에는 인터뷰 외에도 다채로운 내용이 담겨 있다. 365쪽 분량의 책자인데, 소장용으로 손색이 없다. 대도록엔 한국을 찾은 자코메티의 걸작들과 그의 생전 모습이 담긴 사진 120여점이 실려 있다. 전문가들이 게재한 자코메티 관련 평론도 만날 수 있다.
예컨대 임성훈 성신여대 교수는 ‘자코메티의 미학-시선, 흔적 그리고 죽음’이라는 글에 이렇게 적었다. “그가 우리에게 남긴 드로잉, 회화, 그리고 조각은 삶과 예술이 하나가 될 수 있음을 여실히 증명한다. 자코메티의 작업은 예술로 감정을 표현한다거나 정서적 교감을 이끌어내는 차원을 넘어 삶으로서의 예술, 혹은 예술로서의 삶을 현시(顯示)하는 것이다.”
알찬 구성을 띠고 있어서인지 대도록은 관람객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23일 주관사인 코바나컨텐츠에 따르면 대도록은 가격이 5만원이나 되는 고가의 책자인데도 이날까지 5000부 넘게 팔렸다. 작품과 자코메티의 사진 70점이 수록된 소도록(小圖錄)의 판매량도 비슷하다. 소도록의 가격은 대도록의 절반가인 2만5000원이다.
코바나컨텐츠 관계자는 “대도록이 이렇게 많이 팔린다는 건 그만큼 전시가 인상적이었다는 방증일 것”이라고 자평했다. 이어 “이번 전시의 특징 중 하나는 전시장에 작가의 삶이나 작품의 의미를 설명한 게시물이 많다는 것”이라며 “대도록에 게시물에 있는 내용이 전부 담겨 있으니 관람객 입장에서는 대도록을 소장하고 싶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관람객들은 특별전 현장에서 대도록만 구입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전시가 한창인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 입구에 있는 ‘아트숍’을 찾는다면 다채로운 기념상품을 만날 수 있다. 머그컵 엽서 접시 에코백 마그넷 등 상품 종류는 20종이 넘는다.
코바나컨텐츠에 따르면 도록 다음으로 인기가 높은 건 포스터와 엽서, 머그컵이다. 자코메티의 대표작 ‘걸어가는 사람’이 새겨진 상품일수록 판매량이 많은 편이라고 한다.
아트숍 매니저인 이필선(26)씨는 “관람객 10명 중 9명은 전시장을 둘러본 뒤 아트숍에 들러 엽서 한 장이라도 구입하는 게 일반적”이라며 “기념상품을 통해 특별전에서 느낀 감동을 오랫동안 기억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사진=곽경근 선임기자
“거장의 삶·작품 감동 담아가자”… 도록·기념품 불티
입력 2018-03-24 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