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남재철] 세계 기상의 날을 맞아

입력 2018-03-24 05:03

지난겨울 기록적인 한파가 이어지면서 삼한사온이 실종됐다. 강력한 한파에 인천 앞바다가 얼어붙었고, 수도관 동파 신고와 차량 배터리 방전으로 인한 긴급 서비스 요청이 속출했다. 유럽과 미국에서도 살인적인 한파와 폭설로 몸살을 앓았다. 북극에서는 거꾸로 이상 고온 현상이 발생하는 등 이상 기상현상은 전 세계에서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기상현상들이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 또한 점점 커지고 있다. 최근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 모인 경제 석학들은 세계 경제에 가장 강한 영향력을 미치는 요인이 극단적 기상이변과 대형 자연재해 그리고 기후 변화 적응 실패일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하듯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발생한 자연재해를 경제 규모로 환산하면 총 3000억 달러 이상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기상청에서 발간한 ‘2017 이상기후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에서도 2016년에 기상재해 때문에 발생한 피해가 약 2884억원에 이른다.

기후 변화를 예측하고 적응하는 것은 인류의 생존과 번영을 위해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다. 국제 사회에서도 기후 변화 적응과 온실가스 배출 감소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금 당장 전 세계 국가가 온실가스 배출을 멈춘다 하더라도 산업혁명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려면 100년에서 300년이란 기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한 국제 사회의 노력이 얼마나 절실한지 느끼게 해주는 수치이다. 이를 위해 선진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은 기후변화협약인 교토의정서와 파리협약을 맺는 등 국가 간의 협력을 끌어내고 있다.

유엔 총회는 ‘2030 지속가능발전 의제’ 17개의 목표 중 10개를 기상, 기후, 물과 관련된 것으로 선정했다.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이 오는 2030년까지 함께 이행해야 할 목표로서 기상·기후를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국제 사회가 당면한 기후 변화 문제를 전 세계인에게 알리고, 그 위험성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함이다.

유엔 산하의 기상 관련 국제기구인 세계기상기구(WMO)도 3월 23일을 ‘세계 기상의 날’로 정하고 매년 주제를 선정해 기상·기후에 관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올해 세계 기상의 날 주제는 ‘날씨에 대한 준비, 스마트한 기후 대응’이다. 변화하는 기후에 대응하기 위한 세계 각국 기상청의 역할과 구체적인 행동 마련의 중요성을 당부하고 있다.

우리 기상청도 2018년 정책목표를 ‘안전한 나라, 안심하는 국민, 국민 중심의 기상·지진 서비스 구현’으로 정하고, 일상생활과 밀접한 날씨와 기상재해에 대해 더욱더 신속하고 정확한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위험기상에 대한 조기경보 시스템을 구축하고, 기후 변화 적응 능력을 높이기 위해 기후정보 서비스를 단계별로 향상시키는 등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세계 기상의 날이 우리 사회에도 기상과 기후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되새기는 기회가 되길 바라며, 기상청은 날씨에 대한 철저한 준비와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한 선봉에 서서 국민의 안녕과 국제 사회의 협력에 일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남재철 기상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