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북에 “대통령직 최선… 미흡한 부분 없지 않아”

입력 2018-03-23 00:41 수정 2018-03-23 03:24
23일 0시18분쯤 이명박 전 대통령을 태운 검찰 호송차량이 서울동부구치소로 들어갔다. ‘방문을 환영합니다’라는 메시지와 함께 열렸던 구치소 철문은 차량이 통과된 뒤 다시 닫혔다.

22일 이 전 대통령 구속영장이 발부된 지 1시간13분 만이다. 검찰은 이날 밤 11시5분 법원이 영장을 발부하자 곧바로 움직였다. 법원의 구속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지 않은 채 서울 논현동 자택에서 대기한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영장을 집행하기 위해서였다.

지난 14일 서울중앙지검 1001호에서 그를 조사했던 송경호 특수2부장검사와 신봉수 첨단범죄수사1부장검사가 직접 나섰다. 밤 11시43분쯤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을 출발한 호송차량은 55분쯤 이 전 대통령 자택 앞에 도착했다.

K9, K5 차량과 승합차까지 3대의 호송차량이 도착하자 친이(친이명박)계 정치인 20여명이 자택에서 나와 도열했다.

23일 0시를 막 넘겼을 때 이 전 대통령이 차고 쪽 문을 통해 나왔다. 그는 가볍게 손을 흔들고 측근과 악수한 뒤 K9 차량에 올라탔다. 두 부장검사가 이 전 대통령 양쪽에 올라탔다. 수갑과 포승줄은 없었지만 전직 대통령이 구속 피의자가 되는 순간이었다. 헌정 사상 4명의 전직 대통령이 구속됐지만 자택에서 체포돼 구치소로 향한 이는 이 전 대통령이 처음이다.

이 전 대통령은 종일 자택 안에서 두문불출했다. 법원에서 서류 심사가 진행되던 시간 이 전 대통령은 커튼이 쳐진 집 안에 머물렀다. 김황식 전 국무총리와 김효재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이 오가다 오후 들어 속속 측근들이 자택으로 모여들었다.

이 전 대통령은 밖에서 입장을 밝히는 대신 법원의 영장 발부 소식이 전해진 직후 페이스북에 3장짜리 자필 메모 사진을 올렸다. 작성 시간은 21일 새벽이었지만 내용은 이미 자신의 구속을 예감한 듯했다. 이 전 대통령은 메모에서 “지나온 날을 되돌아보면, 기업에 있을 때나 서울시장, 대통령직에 있을 때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며 “특히 대통령이 되어 ‘정말 한번 잘 해봐야겠다’는 각오로 임했다”고 썼다. “지난 10개월 동안 견디기 힘든 고통을 겪었다. 가족들은 인륜이 파괴되는 아픔을 겪고 있다”면서 검찰 수사에 대한 억울함도 호소했다. 그러면서도 “바라건대 언젠가 나의 참모습을 되찾고 할 말을 할 수 있으리라 기대해본다”면서 “나는 그래도 대한민국을 위해 기도할 것”이라고 적었다.

조민영 이가현 방극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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