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구속… 전직 대통령으론 4번째

입력 2018-03-22 23:26 수정 2018-03-23 01:04
이명박 전 대통령이 22일 밤 12시쯤 구속영장을 집행하러온 검찰 호송차량에 오르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곧바로 서울 송파구 정의로 동부구치소에 수감됐다. 최현규 기자

피의자 심문 없이 서류만 심사… 자택서 대기하다 구치소행
26년 정치인생 불명예 마무리 “모든 것은 내 탓… 자책감”
영장발부 직후 페북에 친필메모… 보수정부 9년 권력자 모두 수감

이명박 전 대통령이 구속됐다. 서울 송파구 정의로 서울동부구치소로 갔다. 현대건설 회장에서 물러나 1992년 민주자유당 전국구 의원으로 발탁된 이래 종로구 국회의원, 서울시장, 17대 대통령까지 올랐던 26년 정치 역정은 3평 남짓한 구치소 독방에서 막을 내리게 됐다. 노무현정부 뒤에 들어선 보수정부 9년의 최고 정치 권력자들이 모두 수감되는 불명예스러운 기록도 세워졌다. 이 전 대통령은 “지금 이 시간 누굴 원망하기보다 이 모든 것은 내 탓이라는 심정이고 자책감을 느낀다”는 말을 남겼다.

서울중앙지법 박범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2일 오후 11시5분쯤 “범죄의 많은 부분이 소명됐고, 피의자의 지위, 범죄의 중대성 및 증거인멸 염려가 있어 구속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이 인정된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 전 대통령이 불출석해 구속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은 열리지 않았다. 박 부장판사는 수사기록 등 서면 심사만으로 구속을 결정했다. 강남구 논현동 자택에서 대기하던 이 전 대통령은 검찰이 보낸 구치소행 호송차량에 올랐다. 검찰 조사를 받고 지난 15일 새벽에 귀가한 후 집 밖으로 나온 건 처음이다.

이 전 대통령은 결국 자신이 놓은 다스의 덫에 걸렸다. 지난해 10월과 12월 연이어 고발장이 접수돼 검찰 재수사가 시작된 계기도 다스 관련 의혹이었다. 검찰은 다스 실소유주 의혹을 쫓다가 다스에서 파생된 각종 범죄 혐의를 찾아냈다. 여기에 대통령 직무권한을 악용한 뇌물 혐의까지 추가됐다.

그는 10년 전에도 다스 등 차명재산 의혹으로 검찰과 특별검사의 연속 수사를 받았지만 무사했다. 그때는 유력 대통령 후보 내지 당선자 신분이었지만 지금은 대통령 퇴임 5년이 지난 원로라는 점이 큰 차이였다. 숨겨뒀던 증거 자료들이 발견되고 측근들의 태도가 바뀌었다. 검찰의 수사 강도도 달랐다.

이 전 대통령은 110억원대 뇌물수수, 348억원가량의 다스 자금 횡령 및 31억여원 탈세,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등 10여개 혐의를 받고 있다. 뇌물은 역대 검찰 수사를 받은 전직 대통령 5명의 공통된 혐의지만 횡령과 조세포탈은 오직 이 전 대통령에게만 적용됐다.

검찰 조사 때 “나는 잘못이 없다”고 버텼던 이 전 대통령은 구속 전 판사 앞에서 무고함을 호소할 마지막 기회를 스스로 포기했다. 이 전 대통령은 구속영장 발부 직후 “내가 구속됨으로써 나와 함께 일했던 사람들과 가족의 고통이 좀 덜어질 수 있으면 좋겠다”는 친필 메모를 페이스북에 올렸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무슨 말을 더 할 수 있겠는가”라며 “스스로에게 가을서리처럼 엄격하겠다는 다짐을 깊게 새기겠다”고 말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

사진=최현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