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럭 리더십이냐 따스한 리더십이냐’
도드람 2017-2018 V리그 남녀부 챔피언결정전이 23일부터 시작하는 가운데 맞상대하는 감독 리더십들이 묘하게 대조돼 눈길을 끌고 있다. 남녀부 정규리그 우승팀들 감독은 상대적으로 온화하고 따스하게 선수들을 독려하는 스타일인 반면, 도전팀의 경우 코트 위에서 선수들에게 쓴소리를 아끼지 않는 직설적인 성격의 감독들이 이끌고 있다.
대한항공은 22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남자부 플레이오프(3전2승제) 3차전에서 삼성화재를 3대 1(23-25 25-20 25-22 32-30)로 꺾고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했다. 대한항공은 주포 가스파리니가 39득점을 올리는 맹폭에 힘입어 삼성화재에 역전승을 거뒀다. 대한항공은 24일부터 정규리그 우승팀 현대캐피탈과 5전3선승의 마지막 대결을 벌인다. 이 둘의 대결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이뤄졌다.
대한항공 박기원 감독은 훈련이나 경기가 시작할 때 호랑이처럼 무섭기로 유명하다. 박 감독은 선수들을 달래주기보다 직설적으로 지적하는 스타일이다. 특히 자질이 보이는 선수에게는 지적과 꾸중을 끊이지 않으며 스스로를 극복하도록 한다. 물론 경기 외에는 선수들의 의견에 귀를 잘 기울이고 자유시간에 간섭하지 않는 인자한 면모도 있다.
반면 현대캐피탈의 최태웅 감독은 배구계에서 인내하면서 선수들을 끝까지 믿는 ‘형님 리더십’의 상징이다. 평소 선수들의 눈높이에 맞춘 인간적 조언과 따뜻한 격려로 선수들이 알아서 문제를 해결하고 기량을 극대화하도록 한다. 이런 감독의 리더십은 ‘토털 배구’와 빠른 스피드로 상징되는 팀의 전술과 어우러지면서 상대팀을 압도하곤 한다.
23일부터 시작되는 여자부 한국도로공사와 IBK기업은행의 챔피언결정전 역시 리더십 스타일 차이가 뚜렷한 팀간 대결이다. 지난 21일 V리그 여자부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현대건설을 2승 1패로 꺾고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한 IBK기업은행 이정철 감독의 별칭은 ‘호통 리더십’이다. 이 감독은 이날도 코트에서 약속된 플레이가 나오지 않을 때마다 선수들에게 쩌렁쩌렁 울리며 호통을 치곤 했다. 이는 기업은행 경기 때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아무리 경기를 잘 풀어가도 선수들이 순간적으로 집중력이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면 어김없이 이 감독의 입에서 불호령이 떨어진다. 올해로 6시즌 연속 팀을 챔피언결정전 무대에 올려놨음에도 선수들에게 인자함이란 없다.
지난 시즌 꼴찌팀을 한 시즌 만에 우승으로 이끈 한국도로공사의 김종민 감독은 개인보다 팀을 강조하는 부드러운 방식으로 선수들을 다독여 왔다. 김 감독은 올 시즌 들어 원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개인 능력이 뛰어난 선수들이 많지만 개인보다 팀을 위해 헌신하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이다”고 굳게 믿었고 이를 통해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리그 초반 기술적인 부분에서 미흡했던 이바나를 끝까지 밀어붙인 것도 특유의 믿음에 바탕을 둔 팀워크 살리기 차원이었다.
이상헌 박구인 기자 kmpaper@kmib.co.kr
V리그 남녀부 챔피언결정전, 온화 리더십 VS 버럭 리더십
입력 2018-03-23 05: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