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분권 개헌안 나왔는데… ‘재정분권’ 해법은 감감

입력 2018-03-23 05:01 수정 2018-03-23 17:19

청와대가 지방정부 권한을 획기적으로 강화하는 대통령 개헌안을 내놨지만 정작 핵심인 재정분권 방안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중앙정부에 집중된 재원을 지방에 이양한다는 목표는 세웠지만 부처 간 의견 차로 구체적인 방식을 도출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가 살림살이 구조뿐만 아니라 증세 여부까지 걸린 문제를 별다른 여론수렴 절차도 없이 밀실에서 논의하는 것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청와대는 21일 개헌안 지방분권 부분을 발표하며 “재정확보 없이는 실질적 지방자치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밝혔다. 중앙정부에 집중된 재원을 어떻게 지방으로 이양할지가 핵심임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이미 문재인정부는 국세-지방세 격차를 현재 8대 2 수준에서 6대 4까지 완화한다는 목표를 국정과제로 제시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공언과 달리 정부는 지방재정분권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뤄낼지에 대해서는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 직속 지방자치발전위원회 산하에 지방재정분권 태스크포스(TF)가 지난해 11월 출범해 논의를 이어가고 있지만 약속했던 2월 말이 지난 지금까지 안을 확정하지 못하는 모습니다. 윤영진 TF단장은 22일 통화에서 “내부적으로 잠정 결론은 내렸지만 청와대 보고와 의견조율 및 실무진 검토작업 등이 남아 언제 확정안을 발표할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가 결론 도출에 애를 먹는 이유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돈’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지방정부를 대변하는 행정안전부는 그간 국세(소득세·법인세)의 10% 수준인 지방소득세를 배 수준으로 높이고, 정부가 걷는 부가가치세 중 지방에 분배되는 지방소비세 역시 현행 11%에서 20%까지 높일 것을 요구해 왔다. 대신 추가적인 국민 조세부담을 없애기 위해 지방소득세 인상분만큼 국세를 인하하자는 게 골자다.

중앙정부 예산을 담당하는 기획재정부는 행안부 안에 반대한다. 지방소득세를 높이면서 국세를 인하할 경우 중앙정부가 가용할 수 있는 예산이 최소 13조1000억원 줄어들기 때문이다. 지방으로 이양할 다른 재원까지 감안하면 세수 공백이 너무 커 국정과제 달성을 위한 재정운영 자체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국세 인하 없이 지방소득세만 올릴 경우 국민 입장에서는 사실상 증세가 된다는 점도 정부 입장에서는 부담이다. TF 논의가 결론을 내지 못한 채 공전을 거듭한 이유이기도 하다.

정부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TF는 일단 ‘국민 조세부담 중립’이라는 원칙하에서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방재정분권 방식과 관계없이 국민들의 조세부담은 현 수준을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돌려 말하면 지방재정을 위해 중앙정부가 떼어줘야 할 부분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결국 관건은 중앙정부의 재정 타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기재부는 지방소득세율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지방소비세율을 단계적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한 바 있다. 또 지방소득세율 인상을 국세 인하와 연계하되 인상수준을 절충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나머지 재원은 기존에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에 배분하던 교부세·교부금 등을 아예 지방에 넘겨주는 식으로 메우는 방법이다.

일각에서는 TF의 ‘깜깜이’식 논의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지방재정 전문가는 “여론수렴도 없이 TF가 결론을 내놓고, 이후 여론 반발 등 문제가 발생하면 부랴부랴 공청회를 열고 수정하는 식의 논의는 지양해야 한다”며 “특히 국민 증세 문제와 지방재정분권이라는 중차대한 문제일수록 더 공개적으로 논의를 진행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비판했다.

세종=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