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22일 공개한 대통령 개헌안 전문에는 국가가 협동조합 육성 등 사회적경제 진흥에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소상공인을 보호·육성하겠다는 내용도 추가됐다. 헌법학 전문가 등은 국민 전체를 아울러야 하는 헌법에 특정 경제주체를 지원하는 항목이 들어간 것에 우려를 나타낸다.
사회적경제기업은 이익보다는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기업이다. 활동 유형에 따라 장애인 등 취약계층을 고용하는 사회적기업, 지역사회 공헌에 주력하는 협동조합 등으로 나뉜다.
전문가들은 의도는 좋지만 협동조합 지원 등을 헌법에서 정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본다. 김상겸 동국대 법학과 교수는 “헌법은 전체 국민을 대상으로 해야 하는데 특정 사안, 그룹, 단체의 이익을 위해 규정하면 형평성을 잃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부 지원을 정책적으로 하는 건 정당성이 있지만 헌법으로 끌어들이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렇게 디테일하게 가면 청년창업 지원은 왜 안 들어가느냐는 식의 지적이 나올 수 있고, 갈등의 소지가 된다”고 지적했다.
현재 협동조합 등 국내 사회적경제기업의 효용성은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상태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사회적기업은 총 1506곳인데 이 중 흑자를 내고 있는 곳은 24.4%에 불과했다. 사실상 정부 지원금으로 연명하는 사회적기업이 많은 셈이다. 장 교수는 “사회적기업의 개념도 정확히 정립되지 않았는데 정책 기조에 맞춰서 헌법에 집어넣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광주지법은 지난 1월 근무일지를 허위로 조작해 보조금 2000여만원을 타내고 근로자 임금을 떼먹은 사회적기업 대표 최모(44)씨에게 징역형을 선고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헌법이 사회적경제 진흥 노력을 못 박으면 국민 혈세로 ‘좀비 기업’을 양산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미 정부는 사회적기업 등에 투자하는 1000억원 규모 펀드를 조성하는 등 금융 지원 정책을 펼치고 있다. 굳이 헌법에서 규정하지 않아도 정책을 펼치는 데는 문제가 없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향후 국회에서 이런 사항을 충분히 감안해 개헌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헌법재판소 연구관 출신인 노희범 변호사는 “골목상권이나 사회적기업 개념이 나중에 없어지면 그때 가서 헌법을 또 개정해야 하느냐”며 “헌법에서 지원 대상을 너무 구체적으로 정해버리면 오히려 법률로 유연하게 할 수 있는 걸 제약하게 된다”고 말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사회적경제’ 개념 사라지면 헌법 바꾸나… 학자들 “우려”
입력 2018-03-23 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