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내달 11일 최고인민회의… 비핵화 메시지 내놓을까

입력 2018-03-23 05:01

2012년엔 헌법 서문에 ‘핵보유국’ 표현 핵무기 개발 법적 정당화 조치 취해
김정은, 특사단에 비핵화 직접 언급… 후속조치 이번 회의서 윤곽 드러낼 수도
황병서, 국무위 부위원장서 해임 등 국무위·내각 간부들 대폭 물갈이 확실시


북한이 남북,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에 최고인민회의를 소집했다. 최고인민회의는 우리의 국회에 해당하는 기관으로 전년도 결산과 평가, 예산 승인, 조직 및 인사 문제 등을 다룰 예정이다. 특히 북한이 남북,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비핵화 등 대외정책과 관련한 전향적인 메시지를 내놓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조선중앙통신은 22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는 15일 최고인민회의를 소집함에 대한 결정을 발표했다”며 “최고인민회의 제13기 제6차 회의를 2018년 4월 11일 평양에서 소집한다”고 보도했다.

북한이 이번 회의에서 비핵화 등 대외정책 전환 의지를 드러낼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북한은 2012년 최고인민회의에서 헌법 서문에 ‘핵보유국’ 표현을 추가하는 등 자신들의 핵무기 개발을 법적으로 정당화하는 조치를 취해 왔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이달 초 우리 특사단과 만난 자리에서 ‘비핵화’를 직접 언급함에 따라 관련 후속 조치가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 윤곽을 드러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직 고위 외교관은 “북한은 원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고 핵 군축을 하자던 입장이었다”며 “하지만 최근 선언에 불과하지만 비핵화 대화를 선언했다. 진정성을 확인해볼 필요는 있지만 엄청난 내부 변화가 일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북한이 남북,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기 전에 전향적인 메시지를 내놓지는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자기 패를 미리 보여주고 협상에 나서는 모양새가 되기 때문이다. 오는 31일은 김 위원장이 ‘핵무력·경제 병진 노선’을 선포한 지 5주년이 되는 날이다. 북한 주민들에게 공개적으로 비핵화를 언급하기에는 시기적으로도 적절치 않다. 현재 북한은 남북, 북·미 정상회담 관련 보도는 일절 내놓지 않으면서 주민들의 대미 적개심을 고취하고 있다.

회의에서는 국무위원회와 내각 등 간부들의 대규모 인사 개편이 확실시된다. 북한은 지난해 10월 노동당 7기 2차 전원회의에서 당 고위 간부를 대폭 물갈이했다. 권력 엘리트가 당·정·군 고위 직책을 겸직하는 북한 체제 특성상 지난해 약진한 간부들이 당직에 상응하는 정부 직책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 당국자는 “최고인민회의는 매년 연례적으로 개최되는 행사”라며 “지난해 10월 노동당 전원회의에 따른 후속 인사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병서 전 북한군 총정치국장은 국무위원회 부위원장에서 해임될 것으로 예상된다. 황병서는 현재 군복을 벗고 노동당 부부장급으로 강등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석인 국무위 부위원장 자리는 신임 군 총정치국장인 김정각이 물려받을 전망이다. 황병서의 실각으로 군 총정치국장의 위상이 떨어짐에 따라 국무위 부위원장 간 권력 서열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룡해 노동당 부위원장과 박봉주 내각 총리가 김정각보다 먼저 호명될 가능성이 있다.

김기남 전 노동당 선전선동부장과 이만건 전 당 군수공업부장, 김원홍 전 국가보위상 역시 국무위원직을 잃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 세 사람의 직책을 이어받은 박광호와 태종수, 정경택이 국무위원으로 보선될 전망이다. 김기남과 이만건은 지난해 10월 당 전원회의에서 사실상 2선으로 밀려났다. 김원홍은 비리 혐의로 출당 처분돼 재기불능 상태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성은 권지혜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