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국가원수’ 지위 삭제… 감사원 독립기구로 격상

입력 2018-03-22 19:26 수정 2018-03-22 22:05
한병도 청와대 정무수석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정세균 국회의장을 예방해 대통령 개헌안을 설명한 뒤 기자들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왼쪽부터 진성준 청와대 정무기획비서관, 한 수석, 김형연 법무비서관. 최종학 선임기자
헌재 소장은 헌법재판관 중에서 호선… 감사위원 9인 중 3인만 대통령이 지명
총리 ‘대통령 명을 받아’ 문구 삭제… 국회서 선출·추천 방안은 수용 안해
예산심의권 강화 ‘예산법률주의’ 명시… 조약 관련 대통령 권한도 국회서 통제
靑, 헌법불합치 국민투표법 개정 촉구


청와대가 22일 공개한 대통령 개헌안은 대통령 임기를 ‘4년 1차 연임제’로 하면서 대통령의 권한을 줄이는 게 핵심이다. 이른바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을 없애겠다는 취지다. 동시에 국무총리와 국회의 권한은 대폭 강화했다. 다만 청와대는 “국민이 원하는 건 대통령제”라며 야당 일각에서 제기되는 책임총리제 요구에는 선을 그었다. 국회의 총리 선출권을 주장해온 야당과의 협상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촛불혁명을 통해 국민들의 민주 역량은 현재 정치권의 역량보다 훨씬 앞서고 있다”며 “이제 대통령 4년 연임제를 채택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개헌안이 통과되면 차기 대통령은 연임에 성공할 경우 8년 임기를 이어갈 수 있다. 4년 연임제는 현직 대통령의 징검다리 출마가 가능한 중임제와 다르다. 문재인 대통령은 연임 대상에서 제외된다.

개헌안은 대통령 4년 연임제를 채택한 대신 대통령 권한을 대폭 축소했다. 대통령의 우월적 지위에 대한 우려 해소 차원에서 헌법 제66조에 명시된 ‘국가원수’라는 대통령 지위 표현을 삭제했다는 게 청와대 설명이다. 국가원수라는 표현은 1972년 유신헌법에서 들어간 것으로, 대통령의 권위를 강조하는 측면이 강했다. 다만 상징적인 표현에 불과하기 때문에 삭제 자체가 대통령의 권한 변화와 같은 특별한 의미는 없다.

또 대통령이 자의적으로 사면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특별사면권을 행사할 때는 반드시 사면위원회의 심사를 거치도록 했다. 헌법재판소장을 헌법재판관 중에서 호선하는 것으로 개정해 대통령의 인사권을 축소했다.

개헌안은 이와 함께 현행 대통령 소속인 감사원을 독립적인 헌법기구로 격상했다. 기존에는 감사위원을 감사원장이 제청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는 방식이었지만 개헌안은 국회·대통령·대법관회의가 각 3인을 선출 또는 지명하도록 대통령 임명권을 분산했다. 또 ‘대통령 명을 받아’라는 문구를 삭제해 총리의 권한도 확대했다. 대통령의 명령 없이도 총리가 본인의 역량과 판단에 따라 행정 각부를 통할할 권한이 생긴 것이다. 실질적인 책임총리제의 구현을 위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개헌안은 국회의 예산심의권 강화를 위해 ‘예산법률주의’ 도입도 명시했다. 조 수석은 “예산이 법률과 동일한 심사 절차를 거치게 되므로 국회의 재정 통제는 강화되고, 행정부의 예산 집행 책임은 더욱 무거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개헌안은 또 국회 동의가 필요한 조약을 법률에 추가할 수 있도록 해 조약 체결에 대한 국회 동의권을 강화했다. 정부가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할 때 국회의원 10명 이상의 동의도 받도록 했다.

조 수석은 다만 국무총리를 국회에서 선출·추천하는 방안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국무총리를 국회에서 선출 또는 추천할 경우 대통령과 총리 사이에는 항상 긴장 관계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며 “국가 위기 상황에서 대통령과 총리가 충돌할 경우 그 피해는 오롯이 국민의 몫”이라고 일축했다. 이어 “분권이라는 이름 아래 변형된 의원내각제를 대통령제로 포장한 것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청와대는 이날 국회에 다음 달 27일까지 국민투표법을 개정해줄 것을 요청했다. 조 수석은 “국민투표법이 헌법불합치 결정이 난 상황인데 국회에서 이를 바꾸지 않아 아직도 위헌 상태”라며 “다음 달 27일까지 국회에서 국민투표법을 개정하지 않으면 국민투표를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사진=최종학 선임기자

그래픽=이석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