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옵션 5천억, 공사비 끼워넣은 강남 재건축 시공사들

지난해 대형 건설사들이 강남 재건축 사업을 수주하기 위해 조합원들에게 무상으로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던 시스템에어컨 설치비용이나 발코니 확장비용 등이 실제로는 공사비에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1월부터 서울시와 함께 반포주공1단지(1·2·4주구)·신동아·방배6·방배13·신반포15차 등 강남권 5개 재건축 조합의 운영실태를 합동점검한 결과 총 76건의 부적격 사례를 적발했다고 22일 밝혔다. 이 가운데 중대 혐의가 있는 13건은 경찰에 수사 의뢰하기로 했다.

5개 재건축 입찰에서 모두 무상 제공키로 한 옵션이 실제로는 유상으로 처리된 게 대표적이다. 특히 치열한 수주전이 벌어졌던 반포 주공1단지 공사를 따낸 현대건설은 5026억원어치의 무상옵션을 모두 총공사비 2조6369억원에 중복 포함시켰다. 대림산업도 서초 신동아아파트 재건축을 수주하면서 천장형 시스템에어컨 또는 발코니 확장을 해준다고 약속했으나 해당 비용 232억원을 공사비에 중복 포함시켰다. 방배6구역은 19개 품목(약 109억원)이 중복 청구됐고, 방배13구역과 신반포 15차는 각각 1개 품목(7600만원)과 110개 품목(약 56억원)이 중복 설계됐다. 조합원들에게 경쟁 건설사보다 적은 공사비를 제시하기 위해 스마트오븐, 욕조 등 설계에 포함해야 할 품목을 빼기도 했다.

국토부는 조합원에게 부담이 되는 계약을 체결할 경우 사전에 총회 의결을 거쳐야 하지만 이를 무시하고 용역계약을 체결한 3개 조합 임원에 대해 수사 의뢰했다. 또 조합 임원이나 총회 미참석자 등에게 부당하게 지급된 수당과 용역비 등 총 7건, 약 2억7000만원은 조합으로 환수 조치했다.

세종=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