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기준금리가 10년여 만에 역전되면서 국내 부동산 시장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미국의 금리인상은 국내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21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경제전망도 보고 미국 금리 상승 추세도 보면 우리도 인상 방향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미 다주택자를 겨냥한 각종 정부규제가 시장을 압박하는 상황에서 주택담보대출금리 인상이 뒤따른다면 ‘대출 절벽’이 현실화될 수 있다.
통상 금리인상은 부동산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된다. 저금리로 대출이 용이한데다 높은 수익성을 기대하며 부동산으로 몰렸던 자금이 다시 채권 등 금융상품으로 이탈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금리를 인상할 만큼 경기가 살아났기에 ‘금리인상=부동산 악재’라는 등식이 통용되지 않는다는 반론도 있지만, 미국이 아닌 국내 경기를 낙관하는 전망은 많지 않다.
더 큰 문제는 주택담보대출 등 전반적인 금리 인상에 따른 유동성 축소다. 금융권에 따르면 금리역전 이전에도 최근 2년간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향후 기준금리 인상을 선 반영해 3%대 이상으로 상승추세를 유지해 왔다. 저금리 대출에 힘입어 부동산 투자 대열에 합류했던 이들의 투자심리가 주춤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올해 들어 집값 상승에 제동이 걸리고, 역전세난 등 거래 패턴에 변화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지난해 주택산업연구원은 ‘미국 기준금리 변화가 주택가격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오는 12월 국내 주택담보대출금리가 외부 요인에 따라 최대 4.59%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저(低)신용가구가 부담해야 하는 금리는 9.24%에 달해 주택시장 부담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우려했다.
이럴 경우 대출을 통해 ‘갭투자’에 나섰던 투자자들은 금리 인상의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등 부동산 투기 억제에 총력을 기울이는 상황에서 금리인상이 불러올 ‘대출 절벽’이 ‘거래 절벽’으로 이어지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대출절벽’ 현실화?… 금리역전에 부동산 시장 ‘적신호’
입력 2018-03-23 05: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