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기독교 세계관 운동, 보수화 벗어나야”

입력 2018-03-23 00:01
전성민 밴쿠버기독교세계관대학원 교수가 22일 서울 마포구 독막로 100주년기념교회 사회봉사관에서 ‘밴쿠버기독교세계관대학원이 그리는 한국 기독교 세계관 운동의 방향’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신현가 인턴기자

1980년대 초반 시작된 한국 기독교 세계관 운동의 역사를 돌아보고 더 나은 대안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가 열렸다. 최근 기성세대 중심·지식운동 위주로 보수화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이 운동에 대해 실제적인 실천, 다음세대 교육 등에 나서야 한다는 대안이 제시됐다.

캐나다 밴쿠버기독교세계관대학원(밴쿠버대학원·원장 양승훈)은 22일 서울 마포구 독막로 100주년기념교회 사회봉사관에서 ‘기독교 세계관 운동의 회고와 전망’을 주제로 설립 20주년 기념 강좌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양승훈 원장은 전 세계적으로 보수화되고 있는 기독교 세계관 운동의 현 상황을 지적했다. 그는 “최근 한국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기독교 세계관 운동의 보수화가 두드러진다”며 “한국에서는 성공한 지식 엘리트 중심 운동이라거나 보수화하면서 다음세대와 소통에 실패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외 기독교 세계관 관련 단체에서도 지구 온난화가 인간의 무분별한 환경오염 행위 때문이 아니라는 보수적인 주장이 나온다”고 말했다.

이어 전성민 밴쿠버대학원 교수는 기독교 세계관 운동 자체에 내포된 보수화의 위험성을 설명했다. 전 교수는 “현재 이 운동의 흐름 속에는 ‘생각이 달라지면 행동도 변한다’는 명제가 전제돼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기독교인들이 성경을 읽어도 기존의 생각이 바뀌지 않거나 지금 자신이 속한 사회와 문화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상태가 이를 잘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독교 세계관이 교회를 세상으로부터 격리하고 교회 밖을 경계하는 도구로만 사용한다면 폐쇄성을 극복할 수 없다”며 “실천적 변화는 지적 학습뿐만 아니라 환경과 습관의 변화를 통해 근본적인 욕구를 바꿀 때 가능하다”고 말했다.

기독교 세계관 운동의 한계를 극복하고 발전하기 위한 대안도 제시됐다.

유경상 CTC기독교세계관교육센터 대표는 “그간의 기독교 세계관 운동은 학자 중심의 이론 연구에 머물렀고 기성세대 중심으로만 진행돼 왔다”며 “지식에 그치지 않고 실천을 강조하고, 교회 공동체를 기반으로 다음세대를 위한 기독교 세계관 교육을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에서 기독교 세계관 운동이 본격화된 것은 1980년대 초반이다. 미국 기독출판사 IVP의 고 제임스 사이어(1933∼2018) 편집장이 1976년 펴낸 ‘기독교 세계관과 현대사상(The universe next door)’이 1981년 기독교인 대학원생들을 중심으로 연구·번역되면서 씨앗이 뿌려졌다.

전 세계 복음주의자들이 모여 기독교의 사회적 책임과 복음전도 사명이 모두 중요하다고 선언한 1981년 스위스 로잔 언약 역시 중요한 이론적 배경이 됐다. 이후 1981년 기독교대학설립동역회(동역회), 1984년 기독교학문연구회(기학연)가 설립되면서 연구 활동이 활발해졌다. 1997년 캐나다에 밴쿠버대학원이 설립됐고 2009년 동역회와 기학연이 ㈔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로 합쳐져 오늘날에 이르렀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사진=신현가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