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베트남, 경제 편중 벗고 협력의 저변 넓혀야

입력 2018-03-23 05:01
문재인 대통령의 22∼24일 베트남 국빈방문은 지난해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회의에서 공식화한 ‘신남방정책’을 본궤도에 올린다는 의미가 있다. 신남방정책은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을 미·일·중·러 주변 4대국 수준의 파트너로 격상시키고 인적 물적 교류를 크게 늘리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통해 과거 수출주도형 경제성장 시기에 수출다변화를 시도한 것과 유사하게 외교다변화를 이루겠다는 의도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문제 삼은 중국의 경제 보복을 겪으며 정부뿐 아니라 기업인과 일반 국민들도 이러한 외교다변화, 시장다변화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포스트 차이나(Post China)’의 1차 대상으로 아세안을 선택한 것은 지리적 인접성, 큰 성장잠재력과 회원국의 다양한 구성 등을 감안할 때 적절한 판단이다.

그중에서도 정부는 문 대통령이 “신남방정책의 핵심 파트너국가”로 부를 만큼 베트남에 각별한 공을 들여왔다. 곧 1억 명을 넘어서는 인구와 연 6∼7%의 경제성장률, 젊고 양질의 노동력 등 큰 성장잠재력은 정부의 ‘베트남 베팅’의 주요한 근거다. 가속도가 붙은 양국의 관계는 여러 수치로 확인된다. 지난해 한국·베트남 교역 규모는 640억 달러로 아시안 10개국 무역량의 40% 이상을 차지했다. 그동안 500억 달러를 투자한 한국은 베트남의 최대투자국이다. 지난해에 240만 명의 한국인들이 관광과 비즈니스를 목적으로 베트남을 다녀가는 등 인적 교류도 빠르게 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에 따르면 2년 뒤인 2020년에는 대 베트남 수출액이 900억 달러를 돌파하면서 베트남이 중국에 이어 2대 수출 시장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하지만 한-베 교류가 경제와 교역에 편중된 것은 위험 신호이기도 하다. 베트남을 비롯한 아세안국가들의 한국 외교에 대한 신뢰도는 그리 높지 않다. 과거 한국 정부의 대 아세안정책의 핵심이 대북 견제였으며, 그 목적 외의 아세안의 시급한 안보 이슈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는 인식이 적지 않다.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이 최대 안보 이슈인 베트남의 경우 이 문제에 한국이 아무런 관심을 표명하지 않는데 대해 적지 않은 불만을 갖고 있다. 안보뿐 아니라 테러 자연재해 환경 사이버보안 등 아세안국가들의 수요가 커지고 있는 비전통적 안보 사안에서도 외교적 노력이 경주돼야 한다.

상대방 문화에 대한 이해, 지식 공유 등 양국 협력을 위한 지적 기반을 탄탄히 하는 데도 더욱 힘을 쏟아야 한다. 한국민의 베트남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경제교류의 확대에 걸맞게 충분히 형성됐는지는 의문이다. 국가 간 모든 협력의 바탕은 양국 국민들의 상대방 문화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다. 경제 교류 확대에만 만족하지 말고 중장기적 시각을 갖고 양국 이해와 협력의 저변을 넓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