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한 원로목사가 사는 법-이정익 희망나눔재단 이사장] “강연·봉사로 현역 때보다 더 바빠요”

입력 2018-03-23 00:00
이정익 신촌성결교회 원로목사가 22일 서울 마포구 희망나눔재단 사무실에서 은퇴 이후의 생활을 설명하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이정익(72) 신촌성결교회 원로목사는 은퇴 후가 현역 시절보다 더 바쁘다. 26년간의 담임목사직을 비롯해 기독교대한성결교회 총회장, 대한성서공회와 서울신대 이사장 등 한국교회 중책을 두루 지냈다. 2016년 은퇴 후엔 ‘희망나눔재단’을 설립하는 등 다방면에서 활약 중이다. 이 목사를 22일 서울 마포구 재단 사무실에서 만났다.

희망나눔재단은 이 목사가 오래전부터 구상해 온 결과물이다. 그는 은퇴 10여년 전부터 부흥회나 결혼식 등 행사 사례비를 모아 재단 설립 기금을 조성해 왔다. 여기에 은퇴예우금과 지인의 헌금을 쏟아부어 재단을 출범시켰다.

재단 활동은 그가 교회 안팎에서 목회하며 한국교회를 위해 꼭 하고 싶었던 일에 집중했다. 그중 하나가 ‘국내외 신학자 지원 사업’이다. 이 목사는 교계에 신학자 후원이 전무하다시피 한 현실이 안타까워 이 사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후원 대상은 교파를 초월한다.

“일반 학계는 대기업 등이 우수 학자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지만 신학계엔 그런 제도가 아직 없어요. 국내외 우수한 신학자, 특히 박봉으로 어려움을 겪는 신학대 강사 등 신진 신학도를 격려하기 위해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재단은 ‘우수 저서’ ‘우수 외국어 논문’ ‘우수 신진학자 논문’으로 분야를 나눠 시상하는데 올해는 각 분야 2명씩 6명이 선정됐다. 우수 저서 분야는 채영삼(백석대) 장동신(노스웨스트) 교수가, 우수 외국어 논문엔 장세훈(국제신학대학원대) 김성원(서울신대) 교수가 수상자 명단에 올랐다. 우수 신진학자 논문으로는 장기영(서울신대) 조호형(총신대) 강사의 저작이 선정됐다.

이 목사가 신학계 우수 저서 및 논문을 선정하는 데 가장 심혈을 기울인 것은 ‘실용성’과 ‘우수성’이다. 이 두 가지 기준을 충족하는 논문을 발굴키 위해 최종진(서울신대) 김명룡(장로회신학대) 등 전직 신학대 총장 5명에게 심사를 맡겼다.

그는 “심사를 부탁할 때 저자의 이름은 모두 지워서 전달했다”며 “수상자들은 소속 교단 등 여러 요소를 배제하고 오로지 우수한 저작만으로 평가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재단은 작은 교회 목회자를 격려하는 ‘목회자 세움 프로젝트’와 북한과 동남아 어린이 구제 및 교육지원, 농촌교회·문서선교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다. 재단은 이들 사업 진행을 맡은 단체들을 선정해 후원금을 전달한다.

이 목사는 “앞으로도 재단의 여러 사업을 지속적으로 힘 있게 추진하는 것이 목표”라며 “재원은 외부 모금 없이 강연 수익과 지인의 헌금 등으로 충당하려 한다. 재단이 조용히 오래 한국교회를 지원할 수 있도록 응원해 달라”고 말했다.

희망나눔재단의 ‘제1회 시상식 및 나눔식’은 이날 오후 서울 마포구 신촌성결교회에서 열렸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사진= 강민석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