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개헌안 “철회” 펄펄 뛰는데… “협상” 띄우는 與

입력 2018-03-23 05:00

與 “개헌 찬성 여론 높아져 한국당 협상 나올 것” 전망
한국당 “개헌은 국회에서… 대통령안 논의 자체 불필요”
‘총리 국회 추천제’가 쟁점 개헌 시기·비례대표제도

청와대가 22일 문재인 대통령의 개헌안 발표를 마무리하면서 공은 국회로 넘어왔다. 그러나 여야 간 개헌 협상은 여전히 교착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여당은 개헌이 무산될 경우 자유한국당이 책임져야 한다고 연일 으름장을 놓고 있지만, 한국당의 협조 없이는 개헌안의 국회 본회의 표결은 불가능하다. 개헌 열쇠는 한국당이 쥐고 있는 셈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한국당을 협상 테이블에 앉힐 수만 있다면 개헌할 수 있다’는 희망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민주당 원내핵심 관계자는 “한국당이 협상에 나서기만 하면 4월 내에 국회 합의안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며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으면 된다”고 자신했다.

민주당은 특히 개헌안 발표를 통한 청와대의 여론전이 상당히 유효한 것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한 민주당 당직자는 “개헌안 발표가 시작된 이후 경남과 충남 지역에서 개헌 찬성 여론이 매우 높아졌다”며 “전국적으로 개헌 찬성 여론이 높아지면 지방선거를 앞둔 한국당도 개헌 협상에 나오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주요 쟁점에서 여야 간 접점이 전혀 마련되지 않고 있는 것은 여당의 큰 부담이다. 여야가 가장 강하게 충돌하고 있는 지점은 ‘국무총리 국회 추천제’다. 한국당을 비롯한 야당은 총리 인사권을 대통령 권한 분산의 핵심이라고 주장한다. 민주평화당 핵심 관계자는 “총리 추천제를 수용하지 않으면, 한국당과의 협상은 불가능하다”며 “한국당의 동의 없이는 개헌안 통과가 불가능하다는 현실을 청와대와 민주당이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여당 고위 관계자는 “삼권분립을 얘기하면서 행정부 수장의 정당한 인사권을 뺏겠다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한병도 청와대 정무수석도 추미애 민주당 대표 예방 후 기자들과 만나 “(총리 추천제는)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개헌 시기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등도 여전한 난제다.

지방선거 영향을 우려한 한국당은 지방선거·개헌투표 동시 실시는 절대 받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민주당은 동시투표가 아니면 개헌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는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고 있다. 또 국회의원 선거의 비례성 강화를 요구하는 소수 야당의 주장에 대해 민주당은 문 대통령 개헌안에 비례성 강화 원칙을 넣은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한국당은 대통령의 개헌안을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스탠스다. 한국당은 대통령 개헌안을 들고 찾아온 한 수석의 면담도 거부한 채 개헌 의원총회를 열고 청와대의 대통령 개헌안 발표를 규탄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의총에서 “여권은 대통령 개헌안이 처리되지 않을 걸 뻔히 알면서도 짜고 치는 사기도박단 같은 개헌 정치쇼를 하고 있다”며 “즉각 거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당 핵심 관계자는 “개헌은 국회에서 여야 협상으로 진행할 사안”이라며 “대통령 결선투표제 등 대통령 개헌안 내용에 대한 논의 자체가 불필요하다”고 잘라 말했다.

최승욱 이종선 신재희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