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해도 흙수저”… 부러진 ‘계층 사다리’

입력 2018-03-23 05:01

“자식, 계층 상승 불가” 54% 2년 전보다 3.9%P 증가
미래 갈수록 비관적 전망… 가계소비 2003년 후 첫 감소
생산가능인구 줄어들기 시작… 노인이 유소년보다 많아져


한국 사회의 ‘계층 사다리’가 무너지고 있다. 노력만으로 사회·경제 지위를 올리는 게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국민의 비중이 절반을 넘어섰다. 미래를 바라보는 비관적 인식이 커지는 것과 상응해 현재의 경제적 삶은 한층 팍팍해지고 있다.

통계청이 22일 발표한 ‘2017년 한국의 사회지표’에 따르면 지난해 가구주를 대상으로 사회적 이동 가능성을 설문한 결과, 54.4%가 자식세대의 계층 상승 가능성이 낮다고 답했다. 자식이 평생 노력해도 사회·경제 지위가 높아지지 않을 것으로 보는 부모세대가 절반을 넘었다는 의미다. 이 수치는 2년 전 같은 조사 때보다 3.9% 포인트 증가했다.

본인의 지위 상승 기대감은 더 낮았다. 65.0%는 노력만으로 본인세대가 사회·경제 지위를 올릴 수 없다고 봤다. 자신의 계층을 ‘상층’이라 느끼는 가구주일수록 계층 상승 가능성을 높게 보고, ‘하층’일수록 낮게 보는 현상도 나타났다.

여기에다 가계 경제는 좋지 않다. 2016년 기준 2인 이상 가구의 월평균 가구소득은 439만9000원으로 전년 대비 0.6% 느는 데 그쳤다. 사실상 소득이 제자리걸음을 한 것이다. 이에 가계는 허리띠를 졸라맸다. 2016년 가계의 월평균 소비지출은 255만원으로 전년 대비 0.5% 감소했다. 가계소비가 줄어들기는 2003년 이후 처음이다.

국민의 절반 가까이는 자신의 소득에 만족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지난해 19세 이상 국민 중 자신의 소득에 만족한다는 응답자는 13.3%에 불과했다. 46.0%는 만족하지 않았다. 연령별로는 60세 이상에서 불만족 비율(52.7%)이 가장 높았다. 문재인정부가 소득주도 성장에 힘을 쏟고 있지만 ‘온기’가 기업과 정부에서 가계로 옮겨가지 않고 있는 것이다.

또 저출산 영향으로 고령화가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707만6000명(13.8%)으로 0∼14세 유소년인구(675만1000명)를 넘어섰다. 관련 통계를 작성한 후로 처음이다.

전체 인구에서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차지하는 비중도 낮아졌다. 2016년 73.4%를 정점으로 지난해(73.1%)부터 줄어들기 시작했다. 통계청은 생산가능인구 비중이 2060년에 50% 아래로 추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2016년 기준 평균 기대수명은 82.4년으로 2005년보다 4.2년 늘었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

삽화=전진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