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 KGC인삼공사 부동의 에이스인 오세근은 지난 21일 열린 2017-2018 정관장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경기 시작 2분30여초 만에 불의의 발목 부상을 입었다. 1승 1패로 이날 경기가 플레이오프 승부의 분수령으로 여긴 KGC인삼공사는 망연자실했다. 농구 팬들도 오세근이 빠지자 상대인 울산 현대모비스의 낙승을 예상했다.
하지만 큰 경기에는 이른바 ‘미친’ 선수가 나타나는 법이다. 전성현이 바로 그런 선수였다. 전성현은 이날 3점슛 4개를 포함, 17득점을 올리며 오세근의 빈자리를 메웠다.
식스맨으로 주로 뛰던 전성현은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연일 알토란같은 활약을 펼치며 안양 KGC인삼공사의 6강 플레이오프 승리를 책임지고 있다.
전성현은 사실 프로 입단 전부터 주목을 받는 신예였다. ‘슛도사’ 이충희를 비롯, 신기성·김승현(이상 은퇴), 김선형(서울 SK) 등을 배출한 농구 명문 송도고를 나왔다. 중앙대에서는 슛 하나는 타고났다며 높은 평가를 받았다. 큰 기대 속에 2013-2014시즌 신인드래프트 전체 7순위로 KGC인삼공사 유니폼을 입었다. 스몰포워드와 슈팅가드로 활약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프로의 벽은 높았다. 적응에 애를 먹으며 주로 벤치 멤버로 나섰다. 신인 때 경기당 평균 5.74점을 넣은 전성현은 다음 시즌에 평균 4.37점으로 후퇴했다. 대학 시절 불법 스포츠도박을 하는 물의를 일으켜 2015-2016시즌 정규리그에 단 한 차례도 나오지 못했다. 2016-2017시즌 평균 2.62점이라는 데뷔 후 최악의 성적을 남겼다. 결국 꽃을 피우지 못하고 사라지는가 싶었다.
하지만 전성현은 이대로 끝낼 수는 없다며 이를 악물었고 연습에 매진했다. 지난 시즌까지 팀의 주포였던 이정현이 전주 KCC로 이적하자 기회가 왔다. 전성현의 기본적인 역량을 믿은 김승기 감독이 출전시간을 늘려준 것이다. 감독의 믿음에 전성현도 화답했다. 경기당 평균 23분23초 동안 코트를 지키며 8.94점을 넣어주는 쏠쏠한 활약을 펼쳤다.
두둑한 배짱을 가진 전성현은 결국 큰 경기에서 사고를 쳤다. 플레이오프 1차전 19점, 2차전 12득점을 올리면서 자기 몫 이상을 해냈다. 3차전 오세근 부상이라는 절체절명 상황에서 올라온 전성현은 국가대표 슈터인 상대팀 전준범(7득점)과의 맞대결에서 판정승을 거두며 팬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전성현의 외곽슛이 터져주며 공격력이 배가된 KGC인삼공사는 2승 1패로 유리한 고지에 섰고, 강호 현대모비스를 벼랑 끝으로 몰아넣었다.
이상윤 IB스포츠 해설위원은 “전성현이 최근엔 팀 득점의 한축을 담당하고 분위기를 끌어올리는데 일조하고 있다”며 “프로 무대에 본격 적응하면서 자신감과 여유가 생겼고 슛이 더 좋아진 거 같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점프슛을 던지는 지점이 굉장히 높아 상대 수비가 막기 어려울 정도다”고 덧붙였다.
양팀의 6강 플레이오프 4차전은 23일 오후 7시 경기도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
그가 던지면 들어갔다… ‘식스맨’ 전성현의 반란
입력 2018-03-22 19:54 수정 2018-03-22 2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