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주총, 이변 없었다… 국민연금 반대, 힘이 없었다

입력 2018-03-23 05:00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열린 삼성물산 제54기 정기 주주총회에 한 주주가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삼성물산이 국민연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최치훈 대표이사 등 주요 임원진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했다. 주주총회에서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주주들의 권익을 침해했다’는 성토가 이어졌지만 안건처리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삼성물산은 22일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열린 정기 주총에서 사내이사인 최 대표와 이영호 건설부문장, 사외이사인 이현수 서울대 교수와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의 재선임안을 의결했다. 신규 이사진으로는 고정석 상사부문장과 정금용 리조트부문장이 사내이사, 필립 코셰 전 GE 최고생산성책임자(CPO)가 사외이사로 각각 합류했다.

전날 국민연금은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를 열고 삼성물산의 기존 이사진에 대한 재선임 반대를 결정했다. 과거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승인을 결의한 이사회 구성원들이 선량한 관리자로서 주의의무를 수행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는 이유에서다. 국민연금은 기관투자가 중 5.7%의 최대 지분을 보유한 대주주다. 그러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한 특별관계자 지분과 계열사 우호지분이 40%에 육박해 안건은 예정대로 처리됐다.

주총에서는 “합병으로 회사가치가 떨어져 주식이 3분의 1토막 난 셈이다. 당시 임원들 모두 책임지고 물러나야 한다” “그렇게 무리해서 합병했지만 지난 2년간 실적은 죽 쑨 것 아니냐” 등 경영진 책임을 주장하는 날선 비판이 쏟아졌다.

이에 대해 최 대표는 “합병은 자본시장법에 따라 당시 주가에 맞춰 적당한 비율을 적용해 진행됐다”면서도 “시장 신뢰가 아직 부족한 게 맞다. 실적개선으로 주주 가치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이어 “거버넌스(지배구조)의 투명성과 전문성 제고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약속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