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미 기준금리 역전, 경제 충격 대비해야

입력 2018-03-23 05:03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연 1.50∼1.75%로 0.25% 포인트 올렸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는 연 1.50%로 미 정책금리의 상단이 우리보다 높아졌다. 한·미 간 기준금리 역전은 10년7개월 만이다. 기준금리가 역전되면 1차적으로 우려되는 것은 외국인 자금유출이다. 하지만 어제 코스피지수 상승이 보여주듯 당장 금융시장에 큰 충격은 없었다. 예상했던 일인 데다 1999∼2001년과 2005∼2007년 두 차례의 한·미 기준금리 역전기에도 급격한 자본유출이 없었다는 학습효과 때문이다.

문제는 한·미 기준금리 역전이 장기화될 경우다. 미국 연준은 통화긴축을 선호하는 매파 성향이 강해지면서 연내 3∼4차례, 내년 3차례 추가 금리 인상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본유출을 막으려면 한국은행도 미국 금리 인상 기조를 따라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다. 반도체 등 일부 업종만 호황일 뿐 경기 상승세가 탄탄하지 않은 데다 1450조원을 넘은 가계부채는 우리 경제의 뇌관이다. 한국은행이 섣불리 금리를 올릴 수 없는 이유다.

그렇더라도 금리 역전 상태가 장기화하거나 역전 폭이 크면 시장 충격이 가시화될 수 있어 경기 회복의 모멘텀을 꺼뜨리지 않으면서 자본유출도 대비하는 묘수가 필요하다. 외환보유액이 3948억 달러에 달하고 경상수지도 흑자를 지속한다고 자만해선 안 될 것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미국 금리 인상이 빨라지면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외국 자본이 빠져나가면서 외환위기가 재발할 수 있다며 미국 및 일본과의 통화스와프가 시급하다고 경고했다. 허투루 들어선 안 된다. 조선업이나 한국GM, 금호타이어 등의 구조조정도 서둘러야 한다. 외환위기는 과다한 부채를 떠안은 기업들의 연쇄 부도가 도화선이 됐음을 기억해야 한다.

가계는 금리 인상 충격에 대비해야 한다. 시장금리에 연동하는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현재 4∼5% 수준이다. 미국의 정책금리 인상으로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내 6%대에 진입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은은 다음 달 경제전망 등 경기 흐름을 보고 상반기 한 차례 금리 인상을 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대출금리 상승에 대비해 포트폴리오를 다시 짜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