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소리(VOA) 방송처럼 세계 각국에 중국의 이데올로기를 적극 전파할 ‘중국의 소리' 방송이 출범한다. 또 중국공산당 중앙선전부가 신문, 방송, 출판, 영화, 드라마 등 모든 미디어를 총괄 감독하게 됐다. 헌법 개정을 통해 황제급 절대권력을 확보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공산당에 대한 글로벌 홍보를 강화하고 비판 여론을 통제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는 21일 ‘당과 국가기구 개혁심화 방안’ 통지를 통해 CCTV, 중국인민라디오방송(CNR), 중국국제방송(CRI)을 통합해 ‘중국의 소리(Voice of China·中國之聲)’라는 매체를 발족하기로 했다고 인민일보 등이 보도했다. 이 매체는 중앙라디오TV본부로 불리는 국무원 직속기구지만 당 중앙선전부가 직접 관장한다. 중국국제방송은 현재 50여 개국에서 100개 이상의 채널을 보유하고 있다.
당은 통지에서 중앙라디오TV본부가 “당의 이론과 노선 방침 선전, 사회 주요 현안 인도, 여론 감독 강화 등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시진핑 사상’ 등 당과 정부의 이데올로기를 널리 전파하면서 시 주석의 장기집권에 대한 비판 여론 등을 통제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매체 설립에는 서방의 비판적 시각에 맞서 중국의 사상과 문화를 적극 전파해야 한다는 시 주석의 의지가 담겨 있다. 시 주석은 2015년 당 간부들에게 “나라가 약하면 굴욕을 맛보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면 비난을 받게 된다”고 말한 바 있다.
당 중앙선전부는 또 ‘국가신문출판서’ ‘국가라디오TV총국’ ‘국가영화국’ 등의 이름을 내걸고 신문 방송 출판 영화 드라마 등 모든 미디어를 총괄 감독하게 됐다. 이 역할은 그동안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광전총국)이 맡았었다. 국가라디오TV총국장 겸 당 중앙선전부 부부장에는 시 주석에 충성을 맹세한 녜천시 광전총국 국장이 맡아 방송 정책을 총괄하게 됐다. 중국의 미디어·선전 정책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온 그는 과거 CCTV 기자 및 아나운서의 ‘권색(權色)거래’ 스캔들과 고위층 뇌물비리 사건 등을 잘 수습해 시 주석의 신임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 중앙위원회는 또 심화개혁영도소조, 중앙사이버안전 정보화영도소조, 중앙재경영도소조, 중앙외사공작영도소조를 위원회로 승격시켰다. 이는 국무원의 외교, 안보, 경제의 총괄 권한이 사실상 당으로 넘어가면서 시 주석에 권력이 집중되고 리커창 총리의 힘은 더욱 약화되는 의미를 담고 있다. 국무원 부서인 감찰부와 국가예방부패국이 없어지고 독립 기구인 국가감찰위원회가 설립된 것도 국무원 기능 약화의 사례다. 아울러 국무원 소속 국가해양국이 관할하는 해경 부대가 무장경찰 부대로 이전되고 무장경찰 부대에서 산림, 소방, 해관 등 비전투 분야는 이전하기로 했다.베이징=노석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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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사상 전 세계 전파 ‘중국의 소리’ 출범한다
입력 2018-03-21 22:00 수정 2018-03-21 2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