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대통령 “남북정상회담 합의문, 국회 비준 준비하라”

입력 2018-03-22 05:05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 준비위원회 2차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남·북·미 3자 정상회담 및 경제협력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병주 기자

지난 두 차례 남북정상회담 합의까지 포함 제도화 지시
남북미 3자 정상회담 위해 정의용·서훈 직접 나서서 北·美와 조율했을 가능성
3자 경제 협력 추진 전망 남북 FTA형식의 경협도


문재인 대통령이 4월 말 남북 정상회담에서 도출될 합의문의 국회 비준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남북 관계가 악화될 때마다 정상 간 합의가 무용지물로 전락했던 악순환을 끊겠다는 의미다. 이와 함께 문 대통령이 직접 남·북·미 3자 정상회담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3자 간 경제협력을 고리로 관계 정상화를 매듭짓는 방안도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21일 청와대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 준비위원회 2차 전체회의에서 “남북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내용을 제도화해야 한다”며 “이번 남북 정상회담 합의문에는 지난 두 차례 남북회담에서 합의한 기본 사항을 다 담아서 국회 비준을 받도록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2007년 10·4 남북공동선언을 언급하며 “국민의 지지를 받고 세계가 극찬했으며 유엔에서는 만장일치 지지 결의까지 나왔지만 결과는 어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남북 정상회담의 합의내용을 이행하려면 국가재정도 투입되는 만큼 반드시 국회 동의를 얻을 필요가 있다”며 “그래야 정치상황이 바뀌더라도 합의 내용이 영속적으로 추진된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 두 차례 정상회담 합의내용은 아주 구체적이고 분량도 엄청나다”며 “합의의 정신과 기본 사항을 이번 회담에 넣어서 국회 비준을 통해 법률적 효력을 발생시키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남북이 함께 살든 따로 살든, 서로 간섭하지 않고 피해주지 않고 함께 번영하며 평화롭게 살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며 불간섭 원칙을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남북이 수십년간 분쟁을 계속해 왔다. 대북확성기 같은 가장 약한 단계의 분쟁을 하지 말자는 뜻”이라고 말했다.

남·북·미 3자 정상회담 가능성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직접 나서서 미국 및 북한과 조율했을 가능성이 높다. 정 실장은 지난 17일에도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찾아 허버트 맥매스터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두 차례 회동하고 북·미 정상회담 관련 사안을 논의했다.

2007년 10·4 정상선언 4항에도 ‘정전 체제 종식을 위한 3자(남·북·미) 또는 4자(남·북·미·중) 정상이 한반도지역에서 만나 종전을 선언하는 문제를 추진하기 위해 협력해 나가겠다’고 명시됐다. 문 대통령은 11년 전 남북 정상 간 합의를 복원하고 이번에는 북핵 문제를 매듭짓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전쟁 당사자인 북·미의 전쟁이 종식되지 않은 상황인 만큼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해선 미국이 평화를 보장하고 북·미 관계가 정상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남·북·미 3자 간 경제협력도 적극 추진될 전망이다. 현재 남북 경협은 5·24 조치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에 의해 차단됐다. 하지만 미국을 포함한 3자 경제협력이 시작되면 유엔 제재에도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문 대통령은 저서 ‘대한민국이 묻는다’에서 “남북 간 경제 거래가 필요하다”며 “내부 거래 방식의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해야 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남북 간 FTA 형식의 경협 방안이 추진될지도 주목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한반도 데탕트의 속도, 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통화내용 등을 볼 때 실무 접촉을 통해 이런 비전과 목표를 해나가자는 뜻”이라며 “경제협력을 위해서는 그 단위에 맞는 합의가 또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사진=이병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