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아들 내세워 ‘다스 수렴청정’

입력 2018-03-22 05:05
이명박 전 대통령의 영장실질심사를 하루 앞둔 21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이 전 대통령 자택에서 검은 차량이 앞 유리를 비닐로 가린 채로 나오고 있다. 김지훈 기자

2011년 시형씨에 승계 시도… 다스 실소유 흔적으로 돌아와
퇴임 후 승계작업 더욱 노골화… 시형씨가 주요 임원 급여 결정


대통령 당선 무렵만 해도 차명재산 논란을 의식해 조심하던 이명박 전 대통령은 퇴임을 앞둔 2011년 즈음부터 자동차부품업체 다스의 지배권을 아들에게 물려주기 위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대통령 재임기간 곳곳에 ‘다스 실소유’ 흔적이 남은 건 이 때문이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 청구서에 이 같은 정황을 명시했다.

21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은 2008년 BBK특검을 거치면서 다스 대표에 매제인 김진 전 다스 부사장을 세우고 조카 이동형씨를 다스에 입사시키는 등 친족 중심의 보안체계를 구축했다. 청와대 입성으로 직접 개입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검찰은 동형씨가 특검을 무사히 넘기는 과정에서 이 전 대통령의 신임을 얻어 총괄부사장까지 올랐다고 봤다.

그러나 임기 후반 다스 내의 무게중심이 바뀌기 시작했다. 2010년 8월 시형씨가 다스에 입사하면서 다스 상속 프로그램이 검토되기 시작했다. 검찰은 2010년 강경호 다스 사장이 외국의 인수·합병(M&A) 전문가로부터 지배구조 개편안을 컨설팅받은 정황을 확인했다. 실행되진 않았지만 이 방안에는 큰형인 이상은 다스 회장 등이 모르게 이 회장 지분을 외국인 투자자에게 양도해 지분율을 15.5% 감소시키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이 전 대통령은 2011년 시형씨를 기획실장으로 승진시켰다. 이때 다스의 전결 규정 등이 개정돼 시형씨가 해외 법인 관련 모든 사항과 1000만원 이상 투자 경비 집행 결재 등의 권한을 갖게 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전 대통령이 아들을 앞세워 다스를 수렴청정(垂簾聽政)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즈음 다스 승계 준비도 본격화됐다.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이 작성한 ‘PPP(Post President Plan) 기획안’ 문건에는 ‘영식(시형씨)의 독립생계가 가능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이 회장이 가진 다스 지분 중 5%를 시형씨에게 상속·증여하는 방안이 담겼다. 지분의 5%는 청계재단에 출연토록 한다는 내용도 들어 있었고 이는 이 전 대통령의 승인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 전 대통령 퇴임 후인 2015년 1월 시형씨는 다스 기획본부장으로 승진했고, 큰아버지인 이 회장과 사촌형 이동형 부사장 등 주요 임원 급여액을 직접 결정하는 권한도 행사했다. 시형씨는 그러나 지난 6일 검찰이 출석을 통보하자 강경호 현 다스 대표에게 “나는 경영에서 손을 떼겠다. 다스 조직도에서 내 이름을 빼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현재 다스 평사원 신분이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

사진=김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