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총괄·이상득 모집·김백준 수금… 2007년부터 ‘수뢰체제’ 구축

입력 2018-03-22 05:05

검찰은 이명박(MB) 전 대통령이 유력 대선주자였던 2007년부터 체계적이고 조직적으로 뇌물을 받아 챙긴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21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은 17대 대선 후보 시절 불법자금 제공자를 선별하는 등 안전하게 뇌물을 수수하기 위한 시스템을 구축했다. 자금의 수수·관리·집행은 이 전 대통령이 총괄했다. 이 전 대통령의 둘째 형인 이상득 전 의원은 자금 제공자를 물색하고 모집하는 역할을 했다.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 송정호 전 법무부 장관 등 측근들은 물색된 자금 제공자를 선별, 실제로 뇌물을 상납하도록 유도했다. ‘MB 집사’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이 자금을 직접 받아 이 전 대통령의 재산관리인인 이병모 청계재단 사무국장에게 전달했다. 돈은 비자금 저수지인 서울 서초동 영포빌딩 지하2층 대형 금고에 보관됐다.

일례로 송 전 장관은 2007년 12월 손병문 ABC상사 회장의 자금 제공 의사를 파악해 김 전 기획관에게 소개했다. 김 전 기획관은 전국경제인연합회 임원을 통해 손 회장의 사업 내용과 개인 성향을 조회했다. 이 전 대통령은 ‘돈을 받아도 탈이 안 날 사람’이라는 보고를 받고 자금 수수를 승인했다. 김 전 기획관이 손 회장으로부터 현금 2억원을 건네받았다.

이 전 대통령 측은 100대 그룹에 속하는 대기업은 모금 대상에서 아예 제외했다. 2003년 불법 대선자금 수사 당시 대기업에서 차떼기로 뭉칫돈을 받아 챙기다 적발된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 대신 중견기업을 대상으로 정부 도움이 필요한 현안이 있거나 나중에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 이들을 선별하는 작업을 벌였다. 이 전 대통령이 ‘MB맨’들과 함께 조성한 불법자금은 구속영장 청구 단계에서 파악된 규모만 36억원이 넘는다. 수사 상황에 따라 불법자금 규모는 더 커질 전망이다.

신훈 기자 zorba@kmib.co.kr